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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BOE 제재가 K-디스플레이에 남긴 과제
김주연 기자
2025.09.08 08:25:10
미국의 中첨단기술 굴기 견제…동맹국 공급자 신뢰 구축 계기 만들어야
이 기사는 2025년 09월 05일 08시 2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최근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에 의미있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BOE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에 대해 제한적 수입 배제를 요구하는 예비 판결을 내린 것이다.


ITC는 지난 7월 BOE가 삼성디스플레이의 영업 비밀을 부정하게 취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BOE 패널의 미국 수입을 금지하는 '제한적 수입금지명령(LEO)'과 이미 반입된 재고의 활용을 금지하는 유통·판매 제한 조치를 내렸다. 최종 판결은 오는 11월 17일 내려질 예정이며, BOE가 이에 불복할 경우 사건은 연방법원으로 넘어간다.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기대감은 고조됐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이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코스피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의 주가는 장중 1만3000원을 돌파하며 최고점을 찍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BOE 패널이 탑재된 애플 아이폰의 미국 수입을 막을 수 없는 만큼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게다가 미국이 아닌 시장에서는 ITC 판결이 무의미한 만큼, 애플 공급망에서 당장 삼성·LG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이 대폭 늘어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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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사안을 단순히 미국 시장을 둘러싼 한·중 기업 간 경쟁 구도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보다 중요한 맥락은 이번 판결이 미국 정부의 중국 견제 의도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이 이번 영업비밀 침해 분쟁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로버트 앳킨슨 ITIF 회장은 지난달 ITC의 예비 판결을 지지하며, 강력한 수입 배제 조치가 없을 경우 미국의 경제와 국가 안보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업체들이 훔친 기술로 만든 디스플레이가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면 시장 점유율이 불공정하게 중국에 넘어가고, 비중국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로 몰락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의 디스플레이 지배는 무기 체계에도 직접적인 안보 위협으로 작용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은 반도체 공정과 70% 가까이 유사해, 중국의 기술 축적이 미국 반도체 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ITIF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부당한 성장 전략을 지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4년 삼성디스플레이와의 분쟁 당시에도 ITIF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정부 기관이 공식적으로 삼성디스플레이를 지지하는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동맹국 기관들과 협력해 중국의 산업 스파이 활동을 제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그 보고서가 발표된 직후 미국 하원 중국특별위원회의 존 물리나르 위원장이 미 국방부에 BOE와 티엔마를 블랙리스트에 올려달라는 서신을 보내기도 했다.


이런 관점에서 ITC의 BOE 제재 조치는 단순히 삼성디스플레이의 권리 보호 차원을 넘어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굴기를 견제하는 전략적 수단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ITC는 미국 정부 기관으로, 그 판결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한 그대로 발효된다. 형식상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제재를 무산시킬 수도 있지만 중국의 기술 굴기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방위 전략을 감안하면 실제로 거부권이 행사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최근 미국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전반에서 중국 기업을 배제하고 통제를 강화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는 정책적 결정으로 봐야 한다.


판결의 결과가 국내 업체들의 실적 개선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그 의미는 작지 않다. 중요한 것은 당장의 반사이익이 아니라 이번 판결을 계기로 미국이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을 '신뢰할 수 있는 핵심 파트너'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이를 발판 삼아 미국 시장 내 입지를 다지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 중국과의 기술 전쟁이 격화할수록 한국 디스플레이가 '대체 불가능한 동맹국 공급자'라는 이미지를 심어가는 것이야말로 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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