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담합 혐의를 받은 효성중공업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입찰제한 처분을 받게 되면서 국내 영업에 대한 제한이 우려되고 있다. 회사 측은 법원에 제재 처분 취소, 집행정지를 신청하며 대응에 나섰다. 법원은 내달까지 효력 정지를 결정했고 당장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18일 국내 전력회사에 국가, 지자체·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입찰 참가 자격을 6개월간 제한한다고 통보했다. 효성중공업을 비롯해 LS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일진전기를 포함한 9개 전력회사가 공공기관 입찰 제한 처분을 받게 됐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21일 법원에 처분 취소소송, 집행정지를 신청하며 법적 대응에 돌입했다. 법원 결정에 따라 다음 달 29일까지 한전의 입찰제한 처분 효력은 중지됐다.
앞서 이들 업체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발주한 가스절연개폐장치(GIS) 일반제한·지역제한 입찰에서 사전에 물량을 배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공정위는 이러한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물량 담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을 내렸다. 또 효성중공업 112억3700만원, LS일렉트릭 72억3900만원, HD현대일렉트릭 66억9900만원, 일진전기 75억2000만원 등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번 공공기관 입찰 제한 처분은 국가계약법과 시행령에 따른 조치다. 담합은 국가계약법상 부정당 업자에 대한 제재 사유 중에서 가장 무거운 위반행위로 꼽힌다. 관련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담합(입찰 가격이나 낙찰자, 수량 등을 미리 정하는 행위)을 한 사업자를 '부정당 업자'로 보고 공공입찰 참가를 일정 기간 금지하는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최소 4~6개월, 최대 2년까지도 입찰 제한 등 행정 제재가 가능하다.
이번 입찰제한 처분은 특히 효성중공업이 황제주에 오른 상승 국면에서 나와 좋은 흐름에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효성중공업의 주가는 4년 만에 13배 상승해 최근 100만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이번 공정위의 추가 조사와 향후 법적 절차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지고 기업 이미지에도 타격을 주면서 주가에도 단기적 부담이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공시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의 관급사업 매출은 지난해 기준 약 3956억원으로, 이는 전체 매출의 약 8.08%에 해당한다. 입찰 제한 기간인 6개월 동안 영향을 받는 매출을 단순 계산하면 약 1980억원으로, 전체 연 매출 대비 약 4.04% 수준이다.
이번 제재가 확정될 경우 단순한 일시적 매출 손실 뿐 아니라 향후 수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공조달 시장은 기술력뿐 아니라 평판과 신뢰도가 주요 평가 요소인 만큼, 입찰제한 이력이 향후 수년간 공공수주 경쟁에서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공기관과의 장기 계약 비중이 높은 전력기기 부문에서는 향후 수주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효성중공업 측은 이번 제재에 대해 지난해 12월 공정위에 제기한 행정 소송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입찰 제한이 돼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입찰 제한 조치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 가능성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2024년 12월 공정위의 담합 제재 발표 이후 이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아직 행정소송 결과가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한전에서 입찰 제한 조치를 했기에 '제재처분 취소소송 및 제재처분 효력 및 집행정지'를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달 29일까지는 입찰 참여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에 제기한 행정소송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한전이 입찰 제한을 낸 것은 다소 앞서 나간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효성중공업은 당분간 해외사업 확대, 민간 시장 위주 사업 전략으로 실적에 미치는 타격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6개월 동안의 입찰 제한 처분이 확정될 수 있는 만큼 사업구조 다각화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미국 전력기기 시장에서 수주 확대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평균 전력기기 수명은 30년으로 미국의 경우 3분의 2가 25년 이상 사용해 교체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
조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1분기 기준 수주잔고 내 미국, 유럽 등 고마진 지역 비중이 높아 수익성 높은 수주가 매출로 이어지며 이익이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올해 국내 생산 후 미국으로 직접 수출되는 물량이 전체의 6% 미만으로, 관세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일부 전력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주요 전력기기 제조사들이 한 번에 입찰 제한을 받는 것이 이례적인 만큼 기존 경쟁에서 밀려났던 중소기업들이나 다른 기업들의 대규모 국가 및 공공 프로젝트 참여가 확대될 가능성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담합 구조가 대기업 위주에서 중소기업 비중 확대로 진화해 왔다. 문제는 자유경쟁이 아닌 기존 업체들끼리 합의 하에 배분이 이뤄진 형태였다는 것"이라며 "동종 업계와 함께 건전한 생태계, 선의의 경쟁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