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용공여를 다시 늘리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이 관리·감독을 완화하는 조짐을 보이자 발빠르게 비중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계 증권사들과 달리 위험자산 한도에 여유가 있는 한투는 발행어음을 활용해 부동산PF 신용공여를 늘리는 것으로 보인다.
26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투의 올해 상반기 부동산 PF 관련 신용보강은 1조4110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9718억원) 대비 약 55% 증가했다. 당국의 관리 강화로 위축됐던 신규 영업을 다시 확대하기 시작한 셈이다. 2023년 상반기 신용보강 규모인 1조3588억원과 비교해도 상당한 수치다. 약 2년 만의 확대 기조다.
증권사의 PF 신용보강은 부동산 시행사에 사업 자금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하고, 이 회사가 대신 대출금을 제공해 이뤄진다. SPC는 대출채권 시행사 대출채권을 유동화하고, 이에 대한 신용을 증권사가 매입확약 등을 통해 보증하는 방식이다. 증권사의 PF 영업을 위해선 시행사의 대출채권과 SPC의 유동화증권에 대한 보증이 필수라는 의미다.
한투가 다시 빠르게 PF 익스포저를 키우는 데는 다른 대형 증권사 대비 금융당국의 규제에서 자유로운 여건이 영향을 미쳤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 등 은행 계열 증권사는 연결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을 떠안아야 하는 위험가중자산(RWA)의 확대가 제한적이다. PF 등 부동산 관련 투자도 RWA에 포함되는 만큼 은행계열 증권사는 상대적으로 PF 영업에 어려움이 따른다.
반면 한투는 은행계열 증권사가 아니라 RWA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미래에셋증권도 RWA 부담이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해외자산 투자에 여력을 집중한 탓에 한투와 같은 공격적인 영업 행보를 보이진 못하고 있다.
한투 관계자는 "금리인하로 대형 증권사로 서울과 수도권 사업장의 PF 수요가 집중됐다"며 "금리인하의 수혜를 입으며 영업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한투의 올해 1분기 IB부문 매출은 1881억원으로 전년 동기(1644억원) 대비 14.4% 증가했다. PF 영업 회복이 IB부문 매출 성장에 높은 비중으로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국내 PF 시장은 사실상 위기구간을 지나갔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실 사업장 정리가 상당 수준 이뤄졌고 기준금리는 지난달 2.5%까지 하락했다. PF 조달 금리는 선순위 평균 7~8%에서 5~6%로 떨어지는 등 업황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7월 예정된 부동산 PF 상황 점검 회의에서 위기 종식을 선언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투의 김성환 사장은 부동산 투자 전문가로 수익성 중심의 경영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사장 취임 후에도 PF 익스포저를 관리하면서 보수적인 경영을 고수했지만 최근 베팅액을 급히 올리면서 수익성 기대감을 확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김 사장은 증권사가 SPC를 통해 PF 대출채권을 유동화하는 구조를 업계에 처음 시장에 정착 시킨 인물로 평가된다. 김 사장의 리더십 아래 한투는 이재명 정부의 건설 경기 활성화 대책을 파악해 선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위는 증권사의 부동산 익스포저 상승을 억제하려는 기조를 당분간 유지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증권사의 발행어음 가운데 부동산 관련 투자 비중을 30%로 제한한 뒤, 이를 15%, 10% 등으로 단계적으로 축소할 방침이다. 부동산 채무보증 역시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제한한다. 이 같은 규제 기조가 이어질 경우 총 17조원 규모의 발행어음을 보유한 한국투자증권의 부동산PF 확대 전략에는 전과 비교해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한투가 금융위의 발행어음 투자 한도(부동산 관련 30%)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관련 사업에 자금을 활용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동화증권 발행을 위해 설립한 SPC를 중소기업으로 간주하면 이에 대한 지분 투자를 모험자본 투자로 분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투가 당국의 규제에 대해 우회로를 찾아 비중을 30% 이상 넘겨 부동산PF를 확대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투 관계자는 "부동산 PF를 위해 설립한 SPC는 그 자체로 금융위 규제 대상에 포함돼 있다"며 "발행어음 관련 투자 비중 한도는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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