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태광산업 교환사채(EB) 발행을 금융당국이 예민하게 지적한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이 해당 물량 전부를 인수하려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식자본시장(ECM)에서 EB 발행을 돕는 주관사 역할은 통상적인 업무이지만 이 거래가 사실상 정부 규제를 피하려는 이른바 '자사주 파킹'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어 두 기업의 연대에는 큰 관심이 집중된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상장사 대주주의 전횡을 근절하려는 상법 개정안을 위해 태광의 EB 발행이 시범 케이스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태광그룹은 이번 자금 조달과 신사업 전환계획이 꾸준히 이어져 온 전략의 일환이라는 입장이지만 새 정부 제재를 피하고 수년간 고초를 겪은 오너 이호진 전 회장을 경영에 복귀시키려는 포석이 담긴 한 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태광산업이 자사주 전량을 교환대상으로 삼은 점을 고려하면, 한투가 자사주를 시장에 처분하지 않고 되찾아갈 수 있도록 '일시 보관'해주는 파킹 역할을 한다는 비판도 함께 나온다.
태광산업은 1일 오후 5시 긴급 이사회를 열고 EB 발행 대상자로 한투를 지정했다. 당초 발행 대상 공개를 하지 않았지만, 당국의 지적과 시장의 비판 여론이 따르자 입장을 선회해 공개했다.
앞서 태광산업은 지난달 27일 이사회에서 자사주 27만1769주(지분율 24.41%)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3186억원 규모 EB 발행을 결의했다. 만기 3년, 이자율은 0%다. EB는 발행사가 보유한 자사주 등을 채권 보유자가 일정 시점 이후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한 채권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구조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유사한 효과를 갖는다는 이유로 기존 주주 이익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금융당국은 자사주 파킹을 통해 우호세력에 지분을 넘기려는 시도를 자본시장 교란으로 보고 있는 만큼, 이번 거래에도 당국의 관심이 쏠린다. 현재 태광산업의 최대주주는 이호진 전 회장으로 지분 29.48%를 보유 중이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횡령·배임 혐의로 법정 구속된 후 복귀하지 못했다. 업계에선 이번 자금 조달과 신사업 전환이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 가능성과 괘를 같이 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은 자사주 전량 소각 의무화를 포함하고 있다.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우호세력에게 매각하거나 파킹하는 거래를 하는데, 이 과정을 금감원이 심사할 경우 차단이 가능해진다. 이번 거래와 마찬가지로 자사주를 담보로 EB를 발행하는 행위도 막힐 전망이다. 태광산업은 법 개정 전 자사주를 활용한 EB 발행을 서두르면서, 경영권 방어와 자금 조달 효과를 동시에 노리는 모습이다.
한투가 해당 EB를 인수한 배경에도 이러한 시장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투가 태광산업의 우호세력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기본적으로 태광산업의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EB에 투자하겠지만, 추후 태광산업이나 우호세력에게 교환대상 주식을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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