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이재명 정부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예고하면서 코스피 상장사 '일성아이에스(구 일성제약)'의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일성아이에스의 최대주주 지분과 자사주를 합하면 지분율만 9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향후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시행되면 일성아이에스는 자사주 소각에 따른 각종 리스크를 짊어지기 보다는 전략적 상장폐지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동성이 풍부한 데다 최근 자금조달 이력이 없다는 점도 자진상폐 가능성에 힘을 싣는 요소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기업인 일성아이에스의 최대주주는 윤석근 회장이다. 15.59%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수관계자까지 포함하면 38.19%다. 이는 통상적인 수준에서 보면 낮은 지분율은 아니다. 윤 회장 및 특수관계자는 지난 20년간 30~40% 지분율을 유지했다. 2023년 액면분할과 장내·외매수를 거쳐 현재의 지분율을 갖게 됐다.
주목할 부분은 자사주다. 일성아이에스의 자사주 비율은 48.75% 수준이다. 지난 2006년부터 주주가치 제고 명목으로 지속적으로 취득했다. 일성아이에스는 20여년간 단 한 번도 자사주를 처분·소각한 사례가 없다. 배당은 꾸준히 하고 있지만, 자사주는 전혀 처분·소각하지 않고 오랜 기간 공들여 모은 모습이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추진으로 일성아이에스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업계 안팎에선 새 정부의 증시 부양 드라이브에 따라 향후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에 자기주식 비중이 높은 상장사들은 정책 추진 움직임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자사주 강제 소각이 시행되더라도 일성아이에스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일은 없어 보인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대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효과도 낳기 때문이다. 현재 자사주를 전량 소각한다고 가정하면 일성아이에스 최대주주 지분율은 74.5%까지 높아질 수 있다. 소각 전 제3자에게 자사주를 처분해 의결권을 되살리는 방안도 있다.
업계 일각에선 자진상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성아이에스 최대주주 지분율과 자사주 비율을 합치면 86.94%에 달한다. 오히려 남은 지분을 매수해 자발적 상장 폐지에 나서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자사주 소각으로 높은 지배력을 유지하더라도 소액주주 권리 요구와 공시 의무, 빠른 의사결정 등을 위해 전략적 상폐 카드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현행법상 상장폐지 요건은 95% 이상 지분율 확보다. 이를 맞춰보면 일성아이에스는 8.06%(107만2193주)만 추가로 매수하면 된다. 12일 종가(2만3100원)로 계산하면 248억원 수준이다. 일성아이에스의 1분기 기준 현금성자산은 1204억원에 달한다. 충분히 매수 가능한 실탄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일성아이에스의 자금조달 이력이 거의 없다는 점도 자진상폐 카드 가능성에 힘을 싣는 배경이다. 일성아이에스는 최근 5년간 유상증자나 메자닌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한 적이 없다. 이는 그만큼 유동성이 풍부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1분기 기준 유동비율은 1437%, 부채비율은 5.3%에 그친다. 상장을 유지해야 하는 필요성이 덜한 셈이다.
일성아이에스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추진에 따른 대응 방안에 대해 "결정된 사안이 없다"며 "아직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진 않고 지켜보는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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