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이재명 정부가 공정거래위원회 권한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KCC오토그룹이 '일감 몰아주기'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KCC오토그룹은 일찍부터 사익편취 논란이 제기돼 왔던 데다, 오너일가 개인회사의 내부거래율이 오히려 매년 상향되고 있기 때문이다.
◆ 새 정부, 공정위 권한 강화…재벌개혁 기조 전망
12일 정부와 재계 등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위 기능과 권한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4일 진행한 첫 국무회의에서 공정위 인력 충원을 지시했는데, 특정 부처의 보강을 지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특히 현재 국무총리 직속 기관인 공정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시키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공정위에 힘을 실어주는 주된 배경에는 '공정 경제 실현'이 꼽힌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재벌 규율 강화를 통한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을 정책 기조로 세웠고, 대선 공약에 '재벌 감시'를 포함시켰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일감 몰아주기나 편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혀 왔다.
통상 보수정권이 재벌친화 정책을 펼쳐온 반면, 진보정권은 재벌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여 왔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공정위 경쟁정책국 내 기업집단과를 확대·개편했으며, 김상조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을 앞세워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부당 내부거래 근절에 나섰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역시 재벌을 견제하기 위해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감시했다.
표면적으로 KCC오토그룹은 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재벌 규제에서 한 발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유가증권(코스피)이나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계열사가 없어 상법 적용 대상이 아닌 데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계가 5조원을 밑돌면서 대기업집단에도 포함되지 않아서다.
◆ '중견' KCC오토그룹 이미 감시 대상…오너 가족회사 내부거래율 85%
하지만 KCC오토그룹은 이미 공정위의 사정권에 속해 있는 모습이다. 앞서 공정위는 2023년 대기업 위주로 이뤄지던 내부거래 단속망을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 5조원 미만의 중견기업으로 확대했다. 특히 KCC오토그룹은 오너 2세이자 실질적 총수인 이상현 KCC오토그룹 부회장 일가가 지배구조 정점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들 오너가는 개인회사를 앞세워 그룹사 일감으로 사세를 키워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예컨대 이 부회장과 부인, 세 자녀가 지분 100%를 들고 있는 종하아이앤씨는 2018년 종하이앤씨가 인적분할하면서 신설된 회사다. 건축공사와 주유소운영, 부동산관리 사업부문을 영위하는 종하아이앤씨는 오너 3세가 주도하는 방송 스튜디오 건설을 수주하거나, 수입차 딜러사 전시장 리모델링 등을 사실상 전담하고 있다. 특히 계열사 건물 관리 업무까지 도맡으면서 전방위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종하아이앤씨가 감사보고서를 처음 제출한 2020년부터 공정위 리스크가 부각된 2023년까지 매출은 ▲2020년 313억원 ▲2021년 352억원 ▲2022년 533억원 ▲2023년 689억원로 연평균 31.3%씩 성장했다. 이 기간 내부거래율은 38%→44.9%→46.2%→51.2%로 불어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내부거래 감독기준은 ▲계열사와 상품·용역 거래액 연간 200억원 이상 ▲전체 매출에서 내부거래 비중 12% 이상 ▲정상가격과 거래조건의 차이 7% 이상 등이다. 이들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조사대상에 포함되는데, 종하아이앤씨는 두 가지 기준을 충족시키고 있다.
짚고 넘어갈 대목은 종하아이앤씨가 공정위 감시 명단에 이름을 올린 상황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급속도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종하아이앤씨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2.1% 급감한 399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계열사 거래로 수취한 매출은 고작 4.5% 줄어드는데 불과했다. 그 결과 지난해 이 회사의 내부거래율은 전년 대비 33.3%포인트(p) 상승한 84.5%에 달했다.
◆ 그룹사 일감 받아 오너가 배당·근로소득
종하아이앤씨의 이 같은 내부거래 만으로는 문제 소지가 크지 않다. 하지만 종하아이앤씨가 그룹사 일감 몰아주기로 얻은 수익으로 오너가 주머니를 채우고 있다는 점은 논란을 키울 수밖에 없다.
종하아이앤씨는 매년 결산배당을 실시하고 있는데, 최근 5년간 배당금은 ▲2020년 2억5800만원 ▲2021년 1억9350만원 ▲2022년 1억9350만원 ▲2023년 1억2900만원 ▲2024년 1억2900만원 등이다. 지분율로 추산하면 이 부회장은 2억6277억원을 받았으며, 장남 이훈준 씨와 차남 이훈찬 씨도 각각 2억2033만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아울러 부인 한영원 여사는 8400만원, 장녀 이신혜 포들러스 대표는 1억1558만원의 가외수익을 거뒀다.

여기에 더해 종하아이앤씨가 148억원에 육박하는 미처분이익잉여금을 쌓아둔 만큼 KCC오토그룹 오너일가는 추가적인 배당수익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이 부회장을 비롯해 차남과 장녀가 종하아이앤씨 사내이사직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근로소득 확대에도 기여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 KCC오토그룹 측에 내부거래 비중 축소 계획 등에 대해 물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