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오토그룹은 1967년 국내에 처음으로 컴퓨터를 들여오며 'IT계의 문익점'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주용 회장(창업주)이 1971년 설립한 KCC정보통신을 모태로 한다. KCC정보통신은 1990년대 후반까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성장 정체기에 빠진다. KCC오토그룹은 이 회장 장남인 이상현 부회장 주도 아래 수입차 딜러 사업으로 눈을 돌렸고, 지금은 그룹사 연매출 2조원을 넘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부회장이 KCC오토그룹의 3세 경영 승계를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한 상황에서 지배구조와 승계 자금 조달 방안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KCC오토그룹의 공익재단(비영리공익재단법인) 종하장학회가 오너가 3세 경영승계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종하장학회는 표면적으로 공익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핵심 계열사 3곳의 주식을 보유 중인 만큼 추후 그룹 후계자가 지분 우위를 점하는데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 오너가 출연 정보통신 주식 5%…인적분할로 주력 계열사 지분 확보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종하장학회는 1985년 KCC오토그룹 창업주인 이주용 회장이 사재 1억원을 털어 설립했다. '종하'라는 명칭은 이 회장의 양아버지이자 울산 유지였던 이종하 선생의 이름을 따왔다. 종하장학회 초대 이사장에 오른 이 회장은 그룹 모태인 KCC정보통신(옛 한국전자계산)의 보통주와 우선주를 출연했는데, 안정적인 재단 운영을 도모하기 위해서였다. KCC정보통신은 이후 수차례 증자를 단행했고, 종하장학회는 현재 KCC정보통신보통주 5%와 우선주 100%를 들고 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종하장학회가 KCC오토그룹 지배구조 재편으로 적지 않은 수혜를 입었다는 점이다. 종하장학회는 KCC홀딩스와 케이씨씨오토그룹(개별법인)의 보통주 5%와 우선주 100%도 각각 확보하고 있는데, 이는 KCC정보통신에서 시작된 인적분할의 영향이다.
KCC정보통신은 지난 2011년 임대사업부 및 투자사업부를 인적분할해 KCC홀딩스를 설립했고, KCC홀딩스는 2019년 투자 및 지주사업부문을 떼 내 케이씨씨오토그룹을 세웠다. 인적분할은 신설회사를 100% 자회사로 두는 물적분할과 달리 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법인 주식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KCC정보통신 주식 5%만 가지고 있던 종하장학회는 가만히 앉아 KCC홀딩스와 케이씨씨오토그룹 주식까지 얻게 됐다.
종하장학회는 보유 계열사 주식 수량이 늘어나면서 안정적으로 배당금을 수취하고 있다. 실제로 2019년 말 기준 1809만원에 그쳤던 배당 수익은 이듬해 1억2809만원으로 7배 가량 증가했고, 지난해 말 기준 1억6171만원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 3세 경영수업, 유력 후계자 無…재단 보유 주식 전량 우호지분
종하장학회는 향후 3세 경영 승계 작업을 완성할 열쇠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KCC오토그룹 실권을 쥔 오너 2세 이상현 부회장이 자녀들의 경영 수업을 본격화했지만, 아직까지는 3세간 지분 격차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공익재단을 물려받아야만 경영권을 확고하게 굳힐 수 있는 구조다.
앞서 이 회장이 KCC오토그룹의 대권 교체가 마무리된 2021년 이 부회장에게 종하장학회 이사장 직을 넘긴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2020년 이 회장과 부인 최기주 여사가 보유하고 있던 KCC정보통신 주식을 정리하면서 이 회사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 부회장 장남인 훈준 씨와 차남 훈찬 씨는 각각 IT사업과 부동산업으로 경영 수업을 시작한 상태다. 하지만 두 사람이 보유한 각 계열사 지분 격차는 많아야 2%p(포인트)에 불과해 유력 후계자를 꼽기는 쉽지 않다. 유일한 딸인 신혜 씨의 경우 계열사 2곳(종하아이앤씨, 아우토슈타트)에서 사내이사를 맡고 있지만, 남자 형제와의 지분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만큼 승계 구도에서 다소 떨어져 있다.
업계는 공익재단이 승계 과정에서 취약해 질 수 있는 오너가 지배력을 보완해 준다는 점에 주목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경우 원칙적으로 공익법인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하지만 KCC오토그룹은 법망을 피할 수 있다. 해당 법령의 규제 대상이 자산 규모 5조원 이상의 대규모기업집단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종하장학회는 보유 주식 전체에 해당하는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한편 KCC오토그룹은 일반적인 지주사 체제를 채택하지 않은 대신, 이 부회장이 지배구조 정점에서 모든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KCC오토그룹(27.2%) ▲KCC정보통신(25.7%) ▲KCC홀딩스(26.1%) ▲종하아이앤씨(29.1%) 4개 계열사 최대주주를 맡고 있다. 차기 총수에 오르는 오너 3세는 부친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과 함께 종하장학회로 경영권을 강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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