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이수완 덕산산업 회장이 그룹 핵심 계열사 지분을 잇따라 사들여 눈길을 끈다. 주가 하락 국면을 틈타 지배력 강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독립경영에 나서고 있는 이 회장은 신사업에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지배력 강화와 함께 신사업의 성과에 따라 독립경영의 성패가 결정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수완 회장은 지난달 말 덕산테코피아 주식 4만1500주를 장내매수했다. 주당 1만7152원에 총 7억원을 투입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3월 말에도 덕산테코피아 주식을 매입했다. 주당 2만2019원, 총 13억원을 들여 5만7000주를 사들였다.
잇단 주식 매입으로 이 회장의 덕산테코피아 지분율은 지난해 말 8.5%에서 최근 9%로 상승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덕산테코피아는 덕산산업 계열사를 이끄는 주력 계열사다. 이 회장은 덕산산업을 통해 덕산테코피아를 간접적으로 지배했다. 그러나 이번 지분 매입으로 덕산테코피아에 대한 직접적인 지배력을 강화한 셈이다.

주목할 부분은 이 회장이 핵심 계열사 지분을 확대하면서 독립경영에 고삐를 죄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주가가 저점이라고 보고 지배력 확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년여 전 덕산테코피아 주가는 6만7500원까지 상승했으나 현재 1만9490원(9일 종가)으로 낮아졌다.
이 회장의 덕산테코피아 주식 대금은 덕산네오룩스 지분을 매각해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덕산네오룩스 주식 총 18만주(0.72%)를 시간외매매로 팔아 59억원을 손에 쥐었다.
덕산네오룩스는 형 이수훈 덕산홀딩스 회장의 지배를 받는 코스닥 상장사다. 형제간 계열분리가 사실상 마무리된 상황에서 동생 이 회장이 덕산네오룩스 지분을 추가 매각해 계열분리를 매듭짓는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시장에선 이 회장의 독립경영 성패가 신사업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덕산테코피아는 2차전지 핵심소재로 꼽히는 전해질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2023년 연결 기준 투자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759억원, 지난해 -113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미국 테네시주에 대규모 전해질 생산공장 설립을 추진했다.
과거 주력사업이던 OLED 유기재료 사업 비중이 줄어든 상황에서 신사업 관련 매출이 가시화되지 않아 현재 덕산테코피아의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태다. 덕산테코피아의 지난해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302억원, 726억원으로 전년대비 387%, 276%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적자폭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더 커졌다.
신사업을 실질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덕산일렉테라의 실적 역시 저조한 상황이다. 덕산테코피아 자회사이자 전해질 사업을 담당하는 덕산일렉테라의 매출은 지난해 3억원, 올해 1분기 4억원에 그쳤다. 덕산테코피아는 신사업 투자 과정에서 단기차입금도 대폭 늘린 상태다. 2022년 단기차입금은 1억원 미만이었으나 2023년 747억원, 지난해 1513억원, 올 1분기 1543억원까지 늘었다. 유동비율은 2023년부터 올 1분기까지 50% 안팎에 머물고 있다.
덕산테코피아로선 신사업 투자 성과가 절실한 셈이다. 올해 3월부터 미국 테네시 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간 점은 고무적이다. 연간 10만톤 규모로 전해액 양산을 시작했다. 현재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내 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어 현지 전해액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해질은 배터리 내부의 양·음극 사이에서 리튬 이온이 원활하게 이동하도록 돕는 핵심 소재다.
시장에서는 본격 전해질 양산이 시작된 만큼 매출 증대와 수익성 개선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덕산일렉테라는 테네시 공장 생산능력을 향후 연간 20만톤까지 확대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와 중국 중심의 과잉 공급 우려, 경쟁 심화는 신사업 성패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덕산테코피아 관계자는 "과거 2년간의 투자는 대부분 마무리됐다"며 "최근 2차전지 업황이 좋지 않지만 일본 센트럴글래스, 중국 틴치 등 주요 고객사를 충분히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하반기부터 실적이 가시화하고 내년부터는 매출이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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