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기업공개(IPO) 작업을 중단하고 후일을 도모하기로 결정했다. 상장 데드라인이 사라진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몸값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최대주주인 롯데지주가 제3자에 롯데글로벌로지스 주식을 팔 수 있는 '매수자 지위'를 넘기기면서 손실 보전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주식 매매가격이 특정 기준을 밑돌 경우 롯데지주가 차액을 메워줘야 하는 터라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실적 압박감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롯데지주, LLH 풋옵션 물량 주당 2만838원에 매수인 지위 이전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지난 2일 롯데글로벌로지스 주식 604만4952주에 대한 매수인 지위를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으로 이전하는 거래를 체결했다. 처분 가격은 총 1260억원으로, 주당 2만838원이다. 해당 주식은 롯데글로벌로지스 2대주주인 엘엘에이치(LLH)의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라 롯데지주가 되사려던 물량이다.
앞서 사모펀드 메디치인베스트먼트 PE부문인 LLH는 2017년 롯데글로벌로지스 재무적투자자(FI)로 합류했으며, 이 회사 지분율을 21.87%까지 늘렸다. 롯데그룹은 LLH의 엑시트를 위해 늦어도 올해 상반기 중으로 상장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상장 절차를 기한 내 이행하지 못할 경우 롯데그룹이 LLH에 투자금을 물어줘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LLH가 주식을 보유한 기간(8년)에 연복리 3%를 가산한 금액을 지불해야 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올해 상반기 내 상장이라는 미션 수행을 위해 국내 증시 경색에도 밸류에이션(기업 평가가치) 책정에 나섰다. EV/EBITDA(시장가치에서 삼가상각전영업이익을 나눈 값) 평가법을 활용한 결과 주당 가액은 1만5263원으로 정해졌다. 시장 예상보다 낮은 가격대가 형성된 만큼 롯데그룹의 추가적인 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는데, 수요예측까지 저조했다.
결국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국내 증시의 불안정성 가중을 이유로 상장을 철회했고, 이 과정에서 LLH는 풋옵션을 발동했다. 롯데지주와 호텔롯데는 LLH의 엑시트를 위해 각각 3074억원, 509억원 총 3583억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단순 계산으로 주당 취득 대금은 4만7951원이다.
◆ 롯데지주, PRS 계약…최초 매수금보다 낮게 팔면 차액 부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LLH가 성공적으로 엑시트하면서 숨통을 옥죄던 IPO 리스크에서 해소된 모습이다. 상장이 더 이상 필수조건이 아닌 만큼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구축하고 내실 기반의 재무체력을 기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짚고 넘어갈 부분은 롯데지주가 롯데글로벌로지스 주식을 대상으로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과 맺은 계약 내용이다. 롯데지주가 두 증권사로 매수인 지위를 양도하는 배경에는 재무구조 개선과 미래 성장투자 재원을 확보가 자리 잡고 있다. 롯데지주가 롯데글로벌로지스 주식(LLH 풋옵션 행사분)의 매수인 지위를 넘기는 대신 현금을 받으면, 이 현금은 다시 LLH로 유입되는 흐름이다. 이에 롯데지주가 LLH에 줘야 할 풋옵션 행사 지급액이 기존 3074억원에서 1814억원으로 감액되는 것이다.
독특한 점은 롯데지주와 두 증권사가 체결한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이다. 한국투자증권은 LLH 풋옵션 물량의 약 79.4%인 479만8925주, 삼성증권은 20.6%인 124만6027주를 대상으로 최대 3년간 PRS를 유지한다.
PRS는 거래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이다. 이번 PRS에 따라 롯데지주가 보유한 롯데글로벌로지스 주식의 의결권과 배당권, 처분권 등 모든 법적 권리는 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으로 이전된다. 총수익스왑(TRS)은 모기업이 자회사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유지하지만, PRS의 경우 지분 매각과 동시에 의결권과 배당권 등 모든 권리가 주식 매수인으로 이관된다는 점에서 차이를 가진다. 특히 PRS는 회계상 부채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에 부채비율을 낮추는 동시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이 롯데글로벌로지스 주식을 매각할 경우 PRS 계약에 따라 매각 금액이 최초 매수금액보다 낮으면 롯데지주가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 안 그래도 롯데지주의 곳간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인데, 주가 변동에 따른 위험 부담까지 짊어질 수는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주가 상승 불가피…호텔롯데, 풋옵션 물량 전량 받기로
이렇다 보니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기업가치를 극대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 시점에서 주당가치가 1만5300원대로 추산되는데, 주가를 최소한 40% 이상인 2만1000원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주가가 높아질수록 롯데지주는 차액을 내지 않을 뿐 아니라 정산금까지 받을 수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기 발표한 중장기 전략과 투자를 차질 없이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이 회사는 미국과 베트남에 자동화 물류센터 등을 짓고 있으며, 이집트에는 EPC(설계·조달·시공) 물류 기반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2차전지와 수소, 암모니아를 중심으로 한 특화 물류와 신선 물류 시장에도 진출해 그룹사 시너지를 확대하면서 수익 중심의 성장을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한편 롯데지주와 함께 LLH가 행사하는 롯데글로벌로지스 풋옵션 물량을 취득해야 하는 호텔롯데는 배정된 물량을 전부 인수할 예정이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해 있지만 롯데글로벌로지스 투자 비중이 롯데그룹사 중 가장 적은 만큼 지배력 유지 차원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롯데렌탈 매각으로 이미 1조6000억원 상당의 현금 유입이 예정된 만큼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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