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차장]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비트코인 2025 컨퍼런스'가 대중의 뜨거운 관심 속에 열렸다. 특히 올해에는 제이디 밴스 미국 부통령이 직접 참석해 가상화폐 산업에 대한 지지도 선언하며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밴스 부통령은 "가상자산의 탄압은 끝났다. 미국인들에게 암호화폐와 디지털 자산, 특히 비트코인이 주류 경제의 일부이며,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이 같은 '친(親) 가상자산'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대선 운동 과정에서 '비트코인 2024 컨퍼런스'에 참석해 "미국을 지구의 암호화폐 수도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부터 비트코인 등을 주요 전략 자산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미 지난 3월에는 행정명령을 통해 '전략 비트코인 비축고 설립'도 지시했다. 정부가 압수한 비트코인과 일부 가상자산을 국가 자산으로 비축하는 식이다. 이는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국가 준비자산으로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뿐만 아니라 독일, 홍콩, 폴란드 등의 국가들에서도 가상자산의 전략적 비축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추세다.

가상자산에 보수적인 입장이었던 일본마저도 최근에는 산업 육성 구조로 태세전환했다. 그동안 일본은 가상자산 투자소득에 대해 누진세율을 적용해 4000만엔을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 최대 55%의 세율을 부담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 일본 자민당은 누진세율을 20% 양도소득세로 대체하는 내용의 세제 개편안을 내놨다.

세계가 가상자산 패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불확실한 규제와 제도 공백으로 시장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에서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을 바라보는 시각은 10년 전과 비해 달라진 것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한국에서 가상자산은 애매한 위치에 놓여있다. 가상자산 거래는 법적으로 허용했지만 정작 가상자산 발행은 불법으로 규정돼 있어서다. 그나마 법적으로 허용된 가상자산 거래도 개인 간 거래로만 제한돼 있는 상태다.

최근 정부가 법인 간의 거래도 단계적으로 풀어주기로 하면서 숨통은 트였다. 올해 상반기에는 법집행기관, 지정기부금단체, 학교법인, 가상자산거래소 등 비영리법인의 가상자산 매도 거래가 허용된다. 하반기에는 일부 기관투자가에 대한 투자 및 재무 목적의 매매 거래도 시범적으로 허용될 예정이다. 그러나 여전히 세계적인 변화에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한국에서도 '친 가상자산' 정부가 탄생했다. 이재명 제21대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국가 차원의 산업 육성을 위한 혁신 로드맵을 수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도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 신설을 추진키로 한 상태다.

한국은 이미 천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가상자산에 투자를 하고 있다. 여기에 새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 된다면 한국은 얼마든지 글로벌 패권 경쟁에 합류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새 정부의 속도감 있는 제도 개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