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오는 6월3일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정부가 추진해 온 KDB산업은행의 본점 부산 이전 추진도 급격히 동력을 잃을 것으로 관측된다.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산업은행의 본점 부산 이전에 대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내부에서는 본점 이전 문제를 두고 회사와 노조 사이 갈등이 이어졌던 만큼 조직 분위기가 한층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치권에서 2차 공공기관 이전 논의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신중한 반응도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안팎에선 차기 정부에서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을 추진할 가능성이 작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현재로서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재명 후보가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 약속에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14일 부산을 방문해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하면 좋겠지만 세상일이 한쪽이 원한다고 일방적으로 되는 게 아니다"며 "그렇게 쉬운 일이었으면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말만 해놓고 뭘 했느냐"고 지적했다.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은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강조했던 사안이다. 산업은행 본점을 서울 여의도에서 부산으로 옮겨 지역균형 발전을 실현하고 부산을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취지였으나 3년 동안 진척은 없었다.
산업은행 내부에서는 이 후보의 발언 이후 불안이 한층 해소됐다는 반응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2020년대 산업은행 직원들의 퇴직이 두드러진 이유 중 하나로 본점 이전 가능성이 꼽히기도 했던 만큼 본점 이전은 조직 내 부담이 적지 않았던 사안이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아예 이 후보의 발언이 단순 입장 표명을 넘어 산업은행 내부의 조직 안정과 인력 이탈 방지를 겨냥한 전략적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온다. 불확실성을 해소함으로써 직원들이 본연의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한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산업은행 조직 전반에 안도감만 퍼진 것은 아니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은 선거철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할 만큼 정치권에서 주목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실제 2020년 총선, 2021년 서울시장 선거, 2022년 대선 등에서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 공약이 나왔다.
이번에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김 후보는 13일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현장을 찾아 "대통령실, 국회, 대법원도 다 (서울 밖으로) 옮기라고 하면서 산은을 못 옮길 이유는 무엇이냐"며 "대통령이 되고 국회가 열리면 첫 번째로 산업은행 부산 이전 법안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2차 공공기관 이전 논의에 다시 불이 붙으면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 가능성도 재차 부상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후보가 속한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역점사업이던 산업은행의 이전 강행에 반대했으나 대규모 이전계획이 본격화하면 지역 표심을 고려한 결정을 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이 후보 공약에서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이 바진 것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향후 2차 공공기관 이전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완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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