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이 '이용자 보호준비금' 제도 시행을 앞두고 현금흐름과 자금 운용에서 이중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고객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이지만 코인원에게는 재정 건전성과 경영 유연성을 동시에 흔드는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회사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에 대비해 300억원을 이용자보호 준비금으로 잡았다. 해당 항목은 이익 잉여금에서 반영됐다.

이용자보호 준비금(보호준비금)은 이용자들이 예치한 가상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지난해 7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행위 규제를 골자로 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으로 거래소들이 회계상 반영을 하게 됐다.

거래소가 위탁받아 보관하고 있는 가상자산은 거래소의 파산 및 해킹사고 발생시 고객에게 가상자산을 반환하지 못할 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수단이다. 위탁받은 가상자산의 80%를 콜드월렛(오프라인 지갑)에 보관해야 하며 핫월렛(온라인 지갑)에 저장된 가상자산의 경제적 가치의 5% 이상을 보상한도로 보험에 가입하거나, 같은 금액을 보호 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2024년 회계연도에 국내 3대 거래소가 반영한 보호준비금을 보면 업비트가 483억원, 빗썸이 1000억원, 코인원이 300억원이다.

코인원은 거래소 규모상 적지 않은 보호준비금을 반영했다. 문제는 준비금이 각 거래소별 사업과 회계에 미치는 영향이다.

2024년 코인원은 전체 매출 442억원 대비 300억원을 보호준비금으로 적립해 무려 68%에 달하는 비율을 기록했다. 이는 빗썸의 20.1%(매출 4964억원·준비금 1000억원),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2.8%(매출 1조7316억원·준비금 483억원)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보호준비금은 3사 모두 '이익잉여금'에서 설정된다. 회계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자본으로 분류되던 이익잉여금 일부가 법적으로 사용처가 제한된 것이다. 코인원은 사실상 운용 가능한 내부자금이 줄어든 셈이다. 이로 인해 사업 투자나 비상 상황 대응 여력이 제한되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관련 법이 시행되기 전인 2023년 기준으로 코인원의 이익잉여금은 약 613억원이었이었다. 2024년 12월31일 기준 이익잉여금은 769억원이었다. 그런데 이 가운데 300억원이 보호준비금으로 지정돼 올해 이익잉여금에서 제외된다.

현금흐름도 좋지 않다. 코인원은 2023년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마이너스(–) 279억 원을 기록했다. 다행히 2024년 1117억원의 흐름을 보였지만 수익성이 아닌 자산 평가이익 등에 의존하는 경영 구조다. 사업에서도 부진했던 코인원이 보호준비금까지 막대한 비중으로 적립해야 하는 처지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제도 취지와 별개로 시장 내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특히 매출과 자산 규모가 크지 않은 거래소에겐 의무 준비금이 곧 유동성 위기를 이끌 수 있는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코인원 측은 "현재 현금 흐름에는 큰 문제는 없다. 현금성 자산도 보유하고 있고 준비금을 제외한 이익잉여금도 460억원 정도"라며 "특히 2분기 이후 보유 가상 자산도 매도 가능할 것으로 보여 단기적으로는 현금흐름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