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광석 기자] 그간 보건의료계에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단골손님은 대한의사협회(의협)였다. 의협은 지난 2009년 1월부터 2012년 5월까지 의료기기 업체에 '한의사에게 초음파진단기를 판매할 경우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또 2014년 원격의료 정책에 반발하며 집단휴진을 시행해 공정위의 조사를 받았고 2020년에도 비슷한 이유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하지만 이번엔 공정위 칼날이 대한약사회(약사회)를 겨누고 있다. 다이소에 일양약품, 종근당건강, 대웅제약의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이 입점하자 이를 철수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제약사들을 압박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공정위 현장조사가 이틀에 걸쳐 진행됐기 때문이다.
약사회는 지난달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제약사들의 저가 마케팅이 소비자들에게 생활용품점 유통 건기식이 약국보다 무조건 낮은 가격에 판매되는 것처럼 오인하게 만들어 약국에 대한 오해와 불만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제약사가 약국에 건기식을 공급하며 상당한 이익을 취한 것으로 의심됨에 따라 공급가가 합리적으로 개선되는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 건기식의 약국 판매 비중은 낮은 편이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가 발표한 2024년 시장현황 및 소비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5%였던 약국 채널 비중은 2021년 4.6%, 2022년 4%, 2023년 3.8%로 매년 축소됐다. 2024년 4.2%(추정치)로 소폭 반등했지만 대세인 인터넷몰(69.8%)은 물론 대형할인점(5.5%), 다단계(5.2%) 등에도 뒤쳐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약사회는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일양약품이 가장 먼저 발을 뺐다. 이 때문에 약사회의 갑질 논란이 불거져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특히 앞으로 전문가 단체로서의 의견 제시가 약사들의 이기주의로 폄하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공정위 조사로 갑질 프레임까지 감수한 약사회의 반발은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다른 제약사들이 다이소 진출을 노리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려오며 사업 확대가 높게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편의점 업계까지 건기식 도입을 추진하며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결국 약사회 전략은 실패했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다이소의 저가 건기식 판매를 저지하지 못했으며 전문가 단체로의 위상에도 흠집이 생겼기 때문이다. 또 공정위 처분에 따라 장기간 법정싸움에 나서야 하는 부담도 예상된다. 의협의 경우 2014년 집단휴진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이 2021년에서야 나왔다. 대법원은 공정위의 과징금 5억원 및 시정명령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의료기기 업체에 불매운동을 언급한 행위에 대해선 과징금 10억원 처분이 합당하다고 봤다.
약사들의 이익단체인 약사회 입장도 일정부분 공감이 간다. 하지만 약사들의 이익이 소비자들의 선택권 보다 우선할 수 없음은 명확하다. 약사회는 앞서 편의점 안전상비약 도입 때도 직능 이기주의로 많은 질타를 받았다. 앞으로는 소비자들의 사랑과 신뢰를 얻기 위한 소위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게 센스있게)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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