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화장품 기업 '브이티'가 KS인더스트리의 경영권 인수가 아닌 단순 투자로 전략을 변경하면서 시장에서 우려하던 '사업다각화 리스크'를 해소했다는 평가다. 브이티는 향후 KS인더스트리의 자회사인 화장품 유통기업 에스앤씨코스앤트레이딩(SNC)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S인더스트리는 이엘엠시스템을 대상으로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납입일은 이달 14일이며 신주 상장 예정일은 3월7일이다. 유증자금이 계획대로 납입되면 이엘엠시스템은 KS인더스트리의 지분 14.3%를 확보해 최대주주 지위에 오르게 된다.
애당초 시장에서는 브이티가 KS인더스트리의 경영권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실제로 KS인더스트리는 브이티를 대상으로 60억원 규모의 유증을 결정했고 지난 3일까지 납입을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납입이 이뤄지면 브이티가 KS인더스트리의 지분 10.1%을 확보, 최대주주에 오르는 수순이었다.
하지만 납입일 당일 KS인더스트리는 돌연 브이티에 대한 유증 납입일을 2월17일로 미뤘다. 이후 이엘엠시스템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유증을 결정했다. 유증에 따른 신주발행이 모두 이뤄지게 되면 이엘엠시스템과 브이티의 보유 지분율은 각각 13.1%, 8.7%이다.
브이티 관계자는 "납입일을 연기한 것은 몇 일 뒤면 또 바뀔 최대주주 관련 공시를 여러 번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애당초 브이티는 KS인더스트리를 직접 경영할 계획이 없었다"고 말했다.
브이티는 단순 투자를 통해 KS인더스트리가 100% 지분을 보유 중인 에스앤씨코스앤트레이딩(SNC)와의 협업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하겠다는 전략이다.
SNC는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과 국내외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 미국 화장품기업 더 크렘샵(The Crème Shop) 등과 협력해 글로벌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다. 수출 매출은 87%에 달하며 미국 수출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화장품의 해외 시장 공략을 지속적으로 도모하고 있는 브이티 입장에서는 SNC와의 협업으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브이티가 KS인더스트리 인수가 아닌 단순투자에 나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에서는 '사업다각화 리스크'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앞서 브이티의 KS인더스트리 인수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에서는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최근 브이티는 화장품에 주력하고 이와 무관한 사업을 정리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브이티는 라미네이팅(인쇄) 사업 부문을 2023년 지엠피로 물적 분할을 완료했으며 매각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브이티가 아무런 사업적 시너지가 없는 KS인더스트리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처럼 비춰지자 시장에서는 실망 매물이 출회되기 시작했다. 올해 초 4만원대까지 치솟았던 브이티 주가는 계속 하락하며 3일 장마감 기준 3만1850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단순투자로 사업다각화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4일 주가는 전일 대비 6.44% 오른 3만3900원으로 마감했다.
브이티 관계자는 "KS인더스트리에 대한 투자는 경영보다 자회사 SNC와 협업을 목표로 추진한 사안"이라며 "당시에는 이엘엠시스템 대상 유증 공시가 나오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에 시장에서 오해를 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새 최대주주가 KS인더스트리를 잘 경영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SNC와의 화장품 사업 협업 뿐만 아니라 기업가치가 오를수록 투자 수익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