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진그룹 모태기업인 ㈜한진이 올해로 창사 80주년을 맞는다. 사람 나이로 치면 여든이 된 한진에는 '해방둥이 기업'이라는 별칭이 따라붙는다. 한진은 창업주 故조중훈 창업주가 1945년 '한진상사'를 세우며 첫 발을 뗐다. 이후 성장과 변화를 거쳐 육·해상운송 및 항만하역 등을 아우르는 종합 물류기업으로 거듭났다. 특히 올해는 한진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지고자 발표한 '비전 2025' 성과를 수확해야 하는 해이기도 하다. 비전 2025로 달성한 목표와 미완성 과제들을 집중 점검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조현민 ㈜한진 사장이 최근 상속 관련 세금 부담을 털어내면서 자사주 매입으로 대표되는 '책임경영' 보폭을 확대할지 눈길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조 사장이 경영 행보에 변화를 가져갈 유인이 떨어진다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낸다. 과거에 비해 한진의 경영권이 안정 상태에 놓여있는 데다 조 사장이 한진의 지배력을 키워 독립경영을 꾀할 가능성도 현저히 낮다는 이유에서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2월4일부로 조 사장이 종로세무서에 맡겼던 한진칼 주식(30만5520주·0.46%)의 연부연납 담보 계약이 해지됐다. 이에 따라 조 사장이 그동안 상속·증여세 납부를 위해 제공했던 담보물의 연부연납 계약이 모두 종료된 상태로 파악된다. 연부연납은 상속 또는 증여세를 일정 기간 나눠 납부하도록 허용하는 제도를 가리킨다.
이는 조 사장이 연부연납 세금을 완납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조 사장을 비롯한 한진그룹 오너 일가는 2019년 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별세 후 한진그룹 지분을 포함한 부동산 등의 자산을 물려 받으면서 막대한 상속 부담을 짊어져야 했다. 이때 신고된 상속세 규모만 약 2700억원에 달했는데 오너 일가는 이를 5년간 분납하는 연부연납을 신청했다.
조 사장을 옭아맸던 세금 족쇄가 풀리면서 다양한 경영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조 사장이 자금 사정이 나아진 만큼 자사주 매입에 나서 지배력 강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대표적이다. 조 사장은 지난해에도 한진 주식 1만206주를 장내매수했다.
조 사장의 한진 지분율이 0%대에 그치는 점을 감안하면 지분을 확대할 여지는 충분한 편이다. 지난 1월 기준 조 사장이 보유한 한진 지분은 1만9587주(0.13%)에 불과하다. 한진의 최대주주는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460만412주·30.78%)이다.
조 사장이 한진 사내이사직에 올라 있는 점도 책임경영 의지를 고취시킬 요인으로 꼽힌다. 조 사장은 2020년 한진 마케팅 총괄 임원으로 선임된 이후 부사장직을 거쳐 지난 2022년 사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사내이사로 임명돼 한진 이사회에 입성한 시점은 2023년 3월이다.
업계에서는 조 사장의 향후 경영 행보를 두고 엇갈린 분석을 내놓는다. 한때 조 사장과 한진을 괴롭혔던 지배구조 리스크가 해소된 만큼 자사주 매입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게 주된 근거다. 지난해에는 한진칼이 한진의 보유 지분을 30%대로 끌어올리며 2대 주주인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에이치와이케이제일호사모투자합자회사(9.78%)와 격차를 벌리기도 했다.
한진의 경영권 분쟁은 4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골든오크인베스트먼트(옛 HYK파트너스)가 한진의 지분 확보와 함께 경영참여를 선언한 것이 발단이 됐다. 골든오크인베스트먼트는 에이치와이케이제일호사모투자합자회사의 운용사다. 골든오크인베스트먼트 측은 이듬해 한진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진입을 노리며 주주제안에 나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진의 계열분리로 조 사장이 독자노선을 걸을 확률도 낮은 편이다. 한진그룹은 큰 틀에서 조 사장의 오빠인 조원태 회장이 핵심 계열사 대한항공과 그룹 경영 전반을 이끌고 조 사장이 물류 부문을 책임지는 구조다.
조 사장은 조 회장과 조승연(개명 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간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조 회장을 지지하며 협력관계를 다지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은 조 사장의 언니로 앞서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반도건설과 연합 전선을 형성해 한진칼 지분싸움을 벌인 바 있다.
한진 측은 향후 조 사장의 자사주 매입 계획 등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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