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한진그룹 물류 계열사 ㈜한진이 이사회 재정비에 나선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한진이 후보로 올린 사내·외이사 모두 재무 분야에 특화된 인사라는 점이다.
시장은 한진이 유독 회사채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홈플러스 사태'로 비우량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만큼 'BBB' 등급의 한진 역시 재무역량을 강화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사회를 전략적인 재무 운용 뿐 아니라 실질적인 자문을 구할 수 있도록 꾸린다는 분석이다.
◆ 신임 이사 3인 선임 예정…39년 국세청 경력·롯데지주 CFO 등 합류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진은 이달 25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규 이사 후보 3인의 선임 안건을 다룬다. 먼저 사내이사 후보는 서민석 재무관리실장 전무 1인이며, 사외이사 후보는 ▲이승호 법무법인 율촌 고문 ▲이봉철 전 롯데그룹 호텔&서비스 BU장 및 호텔롯데 각자대표이사 사장 2인이다.
서 전무는 1970년생으로 한양대 공업화학과를 졸업했다. 2008년부터 한진 회계팀장으로 근무를 시작한 서 전무는 2018년 상무보로 승진하며 임원 반열에 올랐으며, 지난해 말 전무로 승진했다.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보유한 서 전무는 재무와 회계 관련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이달 임기가 만료된 신영환 지원본부장 겸 물류사업총괄 전무의 후임이다.
사외이사 후보 2인은 김문수 전 국세청 차장과 한종철 전 삼일회계법인 회계사의 빈자리를 메우게 된다. 이승호 고문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국장, 부산지방국세청장 등 39년간 국세청에서 근무한 경력을 보유 중이며, 현재 율촌에서 조세 관련 자문을 맡고 있다. 이봉철 전 사장은 롯데손해보험 대표이사, 롯데그룹 정책본부 지원실장,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 등을 두루 거쳤다.
한진의 새 이사회는 방향성이 한층 뚜렷해질 뿐 아니라 무게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인사·노무·총무 전문가인 신 전무에서 재무 전문가인 서 전무가 사내이사가 교체되면서 재무 관리 역량이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재계 순위 6위의 롯데그룹에서 활약한 이 전 사장은 재무·세무 분야에서 전문성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경영 상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 신용등급 BBB+, 단기물 회사채 차환해야…리스크 대응 불가피
한진이 재무 라인에 힘을 준 배경으로는 '홈플러스 사태'가 거론된다. 앞서 홈플러스가 지난 4일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증권사들은 비우량 등급의 기업어음(CP)와 단기채권 발행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직전 신용등급이 A3(BBB급)이었던 만큼 해당 구간 내 사채 발행에 더욱 조심을 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이달 4일부터 20일까지 발행된 A3 등급 이하 CP와 단기사채는 전년 동기 대비 59% 감소했다. 전체 CP와 단기사채가 오히려 38% 증가한 점과 대조된다.
문제는 한진의 신용등급이 BBB+인 데다, 그동안 단기물 중심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재무 운용 전략을 구사한 터라 상환 시점이 빠르게 도래한다는 점이다. 국내 신용평가사 3곳(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NICE신용평가)는 모두 한진의 신용등급을 BBB+(안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해당 등급은 원리금 지급확실성이 있지만, 장래의 환경 변화에 따라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한진은 2021년 대전 스마트 메가 허브 터미널(메가 터미널) 건설에 돌입하면서 자본적지출(CAPEX)이 증가하자, 회사채를 찍어냈다. 특히 만기가 짧은 대신 이자율이 낮은 단기채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차입 구조를 바꿨다. 지난해 1월 메가 터미널이 개장하면서 고정비가 감소했고, 전반적인 재무 부담도 소폭 완화됐다. 부채비율의 경우 2023년 말 172.9%에서 지난해 말 170.5%로, 순차입금은 1조7137억원에서 1조6845억원으로 줄었다. 차입금의존도는 48.1%에서 47.9%로 0.2%포인트(p) 하락했다.
하지만 한진은 기존 회사채를 상환하는 대신, 차환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한진이 1년 내 갚아야 하는 회사채 규모는 총 3562억원이다. 이 기간 한진의 현금성 자산(기타유동금융자산)은 3236억원으로 자체 자금으로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국 한진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리파이낸싱에 손을 뻗을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진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이사회 구성원으로 합류시켜 재무 이슈를 좀 더 면밀하게 들여다 보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지주 초대 CFO를 역임한 이 전 사장의 경우 재무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며 폭넓은 금융권 인맥을 구축한 만큼 한진의 자금 조달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이 고문의 경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출신으로 재무·회계에 더해 물론 세무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한진이 수월하게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조건으로는 신용등급 상향이 거론된다. 한기평은 신용등급 상향 조건으로 '차입금의존도 42.5% 이하'를 제시했으며, 한신평은 '연결기준 순차입금/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지표 8배 이상 및 EBITDA/이자비용 지표 3배 이상'을 내걸었다. 차입금의존도를 비롯한 순차입금/EBITDA(6.3배), EBITDA/이자비용(2.1배) 등 전부 미충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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