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한진그룹 물류 계열사인 ㈜한진이 2023년 발행한 3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활용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린 것으로 파악된다. 저금리 자금 조달로 이자부담을 경감시킨데 이어 제3자 콜옵션(매도청구권)으로 오너일가인 조현민 사장이 시세보다 저렴하게 지분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시장은 ㈜한진이 3자 지정 콜옵션을 지속적으로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이 회사 주가가 전환가액을 웃돌면서 투자자의 주식 전환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지배력 희석을 방어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 '차환용' 300억 CB, 이자 지 '뚝'…콜옵션, 3000만원 상당 보통주 전환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진은 이달 10일 기 발행한 CB를 대상으로 콜옵션을 발동했다. 총 3062만원 상당이며, 전환사채권을 받은 제3자의 권리 행사에 따른 전환된 주식수는 1609주다. 총 발행주식수에 대비하면 0.01%다.
앞서 ㈜한진은 2020년 발행한 회사채를 리파이낸싱(차환)하기 위해 2023년 7월 2.5%의 이자율로 300억원 규모의 CB를 찍었다. 기존 사채의 금리가 4.0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비용은 12억원에서 7억5000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당초 시장에서는 ㈜한진의 CB 발행을 두고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이 회사 최대주주인 지주사 한진칼(24.16%)을 비롯한 특수관계자 지분율이 30%를 밑도는 상황임에도 되레 지분 하락 리스크를 키웠기 때문이다. CB 발행 당시 전환가액 1만9170원 기준 CB를 전액 전환할 경우 보통주는 9.76%가 늘어나게 되며, 한진칼 등 최대주주 우호 지분율은 종전 27.52%에서 24.9%로 2.62%포인트(p) 떨어진다.
하지만 ㈜한진은 콜옵션 조항을 넣으며 최대주주나 특수관계인이 CB를 되사올 수 있도록 일종의 '보험'을 들었다. 콜옵션 행사 기간은 CB 발행 1년 뒤인 2024년 7월부터 내년 1월까지이며, 최대로 취득할 수 있는 규모는 CB 물량의 27.51%(43만516주)인 82억5300만원이다. 만약 주가 하락으로 전환가액이 리픽싱(조정)될 경우 3자가 확보할 수 있는 최대 한도는 53만8005주다.
◆ 주가 상승 탓 전환가보다 높은 시세…조현민 등 5인, 경영권 방어 동원
㈜한진이 CB 발행 2년 만에 처음으로 콜옵션 카드를 꺼내든 주된 요인으로는 주가 상승을 꼽을 수 있다. 전환가액이 1만9000원대인데 반해, 현 주가가 2만원대를 상회하는 만큼 투자자들이 시세차익을 노릴 것으로 예상돼서다. 실제로 ㈜한진 주가는 올 2분기 들어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다. CB 발행 당시만 하더라도 주가는 1만9000원 안팎에 머물렀지만, 지난 5월 이후 2만원대에서 주가 방어진을 치고 있다.
해당 CB 물량을 받는 3자로는 ㈜한진 핵심 경영진 5인이 선정됐다. 세부적으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여동생인 조 사장을 비롯해 ▲노삼석 대표이사 ▲류경표 한진칼 부회장 ▲김현우 전무 ▲서민석 전무다. 회사 측은 콜옵션 행사 이유에 대해 "경영권 안정을 위한 지분 확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한진 특수관계자들은 최초의 전환가액이 아닌, 시세보다 싸게 지분을 늘렸다. 이 회사 주가가 4월 1만8000원대까지 하락하면서 전환가액을 하향 조정해서다. 이에 해당 CB의 전환가액은 주당 1만8630원으로 2.8% 가량 떨어졌다.
다만 ㈜한진은 콜옵션 조항에 3자가 받을 수 있는 물량을 제한해 뒀다. 사채 발행 전 지분율을 초과하지 않는 선까지만 주식을 취득하도록 하면서 편법적인 지분 확대에 대한 꼼수 논란을 사전에 해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사장의 ㈜한진 지분율은 2023년 7월 당시 0.06%였으며, 콜옵션에 따라 1882만원 상당에 해당하는 총 1009주를 받았다. 노 대표는 601만원어치(322주)를 새로 확보했다.
◆ CB 물량 27%까지 콜옵션 행사 가능…지분 희석 최소화 관측
시장에서는 ㈜한진이 추가로 콜옵션을 행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이 도래하지 않으면 내년 1월 이후 투자자들의 풋옵션 행사 요구가 쏟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진의 대전 스마트 메가 허브 터미널이 정상화되면서 호실적을 내고 있다는 점은 주가를 끌어올리는 재료가 된다. 예컨대 ㈜한진은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 7437억원, 영업이익 37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 0.3% 증가한 숫자다. 반기로 보면 매출은 1.8% 증가한 1조4728억원으로 나타났으며, 영업이익은 6.8% 늘어난 643억원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진 입장에서는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으로 콜옵션을 꺼내들 수밖에 없다.
㈜한진 CB 투자자들이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시점이 내년 1월부터라는 점도 짚고 넘어갈 대목이다. ㈜한진의 콜옵션 행사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기간인데 현 시점으로 보면 ㈜한진이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시간이 약 6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단순 계산으로 조 사장은 콜옵션 조항에 따라 ㈜한진 주식을 약 1000주 이상 더 취득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주가 상승으로 CB 전환가액이 다시 1만9170원으로 상향됐지만, 장내 취득보다는 이득이다.
이와 관련, ㈜한진 관계자는 "추가 콜옵션 행사 여부와 관련해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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