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LG헬로비전이 올해 특별한 인사 없이 기존 사업·조직 안정화를 택하면서 추후 모회사인 LG유플러스와 합병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이렇다 할 사업 혁신이 부재한 점을 고려하면 주력 중인 유료방송사업 시너지 및 비용 효율화를 위해 자회사 형태가 아닌 모회사와 '원 바디' 체제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가 최근 '전략통' 홍범식 전 LG 경영전략부문장를 새 대표를 선임하면서 수익이 악화 중인 자회사 LG헬로비전 합병을 적극 고려할 것이란 일각의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이따금씩 제기돼 온 양사 합병설이 최근 그룹 인사 이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며 "수익이 악화하고 주가도 떨어진 헬로비전 내부에서는 향후 그룹 내 존재감에 대한 우려도 상존한다"고 말했다.
양사 합병설은 2019년 LG유플러스가 LG헬로비전을 인수한 뒤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LG유플러스 상품인 IPTV와 LG헬로비전이 서비스 중인 케이블TV간 결합상품 및 전환 가입을 끌어내기 위해선 한 회사로 운영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근 LG헬로비전 수익성이 둔화하고 주가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점도 양사 합병설에 불을 지피고 있다. LG헬로비전은 LG유플러스에게 인수된 2019년 29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뒤 ▲2020년 342억원 ▲2021년 445억원 ▲2022년 53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상승세를 이어가다가 지난해 474억원을 기록하며 다시 400억원대로 주저 앉았다. 앞서 인수되기 전인 2018년 연간 7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둔 점을 고려하면 이후 5년 동안 이렇다 할 인수 효과를 내지 못한 셈이다.
올 상반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은 1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1% 줄었고 같은 기간 매출도 5508억원으로 2.4% 쪼그라들었다. 주력사업인 케이블TV 및 알뜰폰 성장 둔화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인사개편에서 송구영 LG헬로비전 대표, 이민형 CFO의 유임이 결정되면서 합병 가능성에 다시 불을 지폈다. 수익 개선이 시급한 상황 속에 인사·조직 혁신이 전무한 점이 다소 이례적이라는 까닭에서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이번 인사에서 공격적인 전략통으로 꼽히는 홍범식 전 LG 경영전략부문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홍 대표는 베인앤컴퍼니 출신의 IT·통신 전략기획 전문가로 LG에 합류한 뒤 적극적인 M&A를 통해 사업성 전반을 강화하는 작업 등을 수행해 왔다. LG유플러스가 최근 IPTV 매출 둔화로 고객 이탈 및 신규 수요 확보에 집중하는 기조를 고려하면 LG헬로비전과의 유료방송사업 시너지 확대가 시급하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LG헬로비전에서 주요인사 변동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던 상황이었던 만큼 의외라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아직 가입자는 유지되는 수준인 만큼 당분간 외형 성장보단 비용 통제에 따른 수익성 개선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LG유플러스가 LG헬로비전을 인수할 당시 콘텐츠, 미디어 사업 시너지 확대에 중점을 뒀던 만큼 앞으로도 장기적인 합병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헬로비전이 기존 사업을 내실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케이블TV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고 알뜰폰 시장도 정부 규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성장성 전반을 과거 수준으로 회복하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LG유플러스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경쟁력 확보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LG헬로비전은 먼저 렌탈·지역 기반 사업을 앞세워 수익 개선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다만 주력 중인 유료방송 둔화세가 이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경영환경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사의 올 3분기 매출은 렌탈 서비스·교육청 단말기 보급 사업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12%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3억원으로 63.7%나 감소했다. 방송·통신시장 침체와 신규사업 비용 증가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LG헬로비전 관계자는 "3분기 렌탈, 교육 등 신사업 성장에 힘입어 매출이 늘었지만 홈쇼핑, 신규사업 등 영향으로 수익성은 악화됐다"며 "앞으로 경영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LG헬로비전 측은 이번 합병설과 관련해선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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