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아이오닉9은 현대차의 전동화를 상징하는 '아이오닉 시리즈'의 최상위 트림에 걸맞게 그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전장이 5m가 넘는 대형급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라는 체급과 어울리지 않는 날렵한 몸놀림을 선보였다. "최고의 자동차로 자부한다"는 호세 무뇨스(Jos é Muñoz) 현대차 사장의 평가가 결코 과장되게 들리지 않았다.
지난 21일(현지시간) '2024 LA오토쇼'가 열리는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아이오닉9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비록 일반 도로가 아닌 LA오토쇼가 열리는 'LA컨벤션 센터' 한편에 마련된 실내 트랙에서 이뤄진 잠깐의 시승이었음에도 아이오닉9의 성능을 체감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전문 드라이버의 운전 솜씨와 함께 고속 주행, 급커브 등 공도(公道)에서는 쉽사리 시도하기 힘든 테스트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시승 동의서에 서명을 한 후 대기선에 서자 설렘과 긴장이 교차했다. 베일을 벗은지 하루 밖에 안 된 따끈따끈한 신차를 경험할 수 있다는 기회라는 점에서 수혜자가 된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순서가 되자 순백의 아이오닉9 동승석에 몸을 실었다. 가장 먼저 대형 SUV라는 체급에 어울리는 넉넉한 공간성이 피부로 와 닿았고, 다음으로 BOSE(보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마이클잭슨의 흥겨운 리듬과 노랫말이 귀를 사로잡았다.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전면을 찬찬히 훑어보자 현대차의 패밀리 룩과도 같은 익숙한 계기판과 센터페시아가 눈에 들어왔다.
탑승자의 준비가 끝난 것을 확인한 전문 드라이버가 엑셀을 지르밟으며 트랙 메인 구간으로 아이오닉9을 진입시켰다. 쭉 뻗어있는 120m 길이의 트랙과 차량이 일직선이 된 것을 확인하자 전기차 특유의 '웅~'하는 소리와 함께 가속이 붙었다.
순식간에 직선 구간을 돌파해 트랙 벽이 세워진 끝 부분에 도달하자 드라이버는 스티어링 휠을 과감하게 돌리며 급유턴을 시도했다. 순간적으로 몸이 차량의 회전 방향으로 쏠렸음에도 스릴과 재미가 동시에 느껴졌다. 육중한 차체에서 비롯된 낮은 무게 중심 덕에 부드러운 코너링이 구현됐다.
몇 차례 같은 구간을 반복하자 '공력(공기역학)의 미학'을 실현했다는 현대차의 설명에 수긍이 갔다. 아이오닉9은 공기 흐름을 최적화하고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하는 에어로스테틱(Aerosthetic) 실루엣을 연출한 게 특징이다.
또한 디자인과 각종 기술들을 적용해 대형 SUV로는 최고 수준인 공기저항 계수 0.259를 달성했다. 시속 0㎞에서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뜻하는 제로백은 5초 남짓하다. "차량에 타면 아주 편안하고 유연성을 느낄 수 있으며 가속감도 훌륭하다"는 무뇨스 사장의 평가를 인정하게 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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