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웅 기자] 엔씨소프트가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 회사가 모바일 기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블레이드앤소울2'를 연내 중국에 선보일 예정인 가운데 '리니지2M'에 대한 판호(중국 내 서비스 허가권)를 추가로 따낸 까닭이다.
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신문출판국은 지난달 25일 90여개의 게임에 대한 외자 판호 발급 목록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이 천당2: 맹약(天堂2:盟约)이라는 이름으로 명단에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가 리니지2M에 대한 판호 발급 위한 밑작업을 일찍부터 진행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3년 전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엔씨소프트는 2021년 9월 모바일 IP 5종에 대해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상대방은 비밀유지 조항에 의거해 2025년 9월까지 비공개 상태다.
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와 계약을 체결한 곳으로 중국 게임사인 텐센트를 가장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만약 업계 추정이 맞다면 엔씨소프트는 3년 전부터 텐센트와 함께 중국 게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준비해 온 셈이다. 엔씨소프트도 지난해 12월 블레이드앤소울2의 판호 발급 이후 중국 시장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파트너사들과 함께 추가 판호 발급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엔씨소프트이 최근 행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이 회사가 중국 시장에 내놓을 블레이드앤소울2, 리니지2M이 흥행에 성공한다면 부진한 실적을 개선하고 동시에 내수용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엔씨소프트가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확장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이 회사는 한국과 동남아시아 등 지역에 편중된 매출원을 서구권 시장으로 확대하기 위해 쓰론앤리버티(TL)를 비롯해 LLL, 택탄 등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입장에서 보면 이번 판호 발급으로 북미, 유럽 등 서구권 시장과 함께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까지 노릴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블레이드앤소울2와 리니지2M의 흥행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매출 순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작품들이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도 장기 흥행을 거둘 수 있을지 물음표가 붙고 있어서다. 다만 해당 게임들이 대만 등 중화권 시장에서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중국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지 않겠냐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반대로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이 MMORPG 보다 상대적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및 수집형 서브컬처 게임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는 만큼 성과를 내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 모바일 게임 플랫폼 빌리빌리만 봐도 이날 기준 모바일 게임 인기 순위 1위는 호요버스의 '젠레스 존 제로'다. 이어 하이퍼그리프의 '명일방주', 호요버스의 '원신' 등 서브컬처향 수집형 RPG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사전예약 부문에서도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 선호도를 확인할 수 있다. 엔씨소프트와 텐센트는 지난 8월 블레이드앤소울2의 2차 비공개 테스트(CBT) 이후 10월 말 파이널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빌리빌리 기준 사전예약 건수는 3만6284건에 그친다. 반면 같은 시각 수집형 RPG '이환(현지명 异环)'의 사전예약 건수는 90만4917건을, 블루 스타 플레인(현지명 蓝色星原:旅谣)은 110만2563건을 각각 기록 중이다.
이와 관련해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게임 시장은 규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판호를 받았더라도 실제 서비스까지 상당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며 "현지 게임사들의 자체 개발 경쟁력이 (한국 게임사 보다) 많이 올라온 부분도 변수다 보니 엔씨소프트가 현지 상황을 고려해 준비를 잘 해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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