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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을 인정하는 용기
이태웅 기자
2024.11.12 06:00:28
엔씨소프트, 사업 부진에 잇단 사과…조직개편 등 발표 후 목표주가 상향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8일 08시 3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택진(왼쪽부터) 엔씨소프트 공동대표와 박병무 공동대표 내정자가 3월 20일 온라인 미디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엔씨소프트)

[딜사이트 이태웅 기자] 잘못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만큼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범주에 속하기 때문이다. 잘못을 인정하면 책임을 져야한다는 방어본능 때문일까. 잘못을 인정하는 것 대신 남탓을 하거나 되려 화를 내며 문제를 덮으려고만 한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백과에서도 용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잘못된 것에 대한 위험이 마음속 생각을 통해 정해졌을 때의 숙연함. 아울러 용기를 단순히 굳센 기운, 굳센 기질, 무모함 등과는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잘못을 인정할 때 용기가 필요한 건 개인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한 명의 개인과 비교해 책임져야 할 대상이 많은 점을 고려하면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부진한 경영성과, 기술경쟁력 확보 실패 등 운영 실책에 대해 경영진이 내놓은 사과의 메시지에 그만큼 많은 용기가 뒤따른다는 이야기다.


최근 게임업계 소식을 접하자면 국내 게임산업을 이끌어왔던 엔씨소프트가 실적 부진에 대해 잇달아 사과했다. 우선 김택진, 박병무 공동대표가 전사 메일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사과했다. 올해 6월 QA(품질검수)와 응용소프트웨어서비스 사업부 분사 계획을 밝힌 이후 4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10월에 게임 개발조직과 AI(인공지능) 사업부에 대한 추가 분사를 결정한 점에 대해 경영진 모두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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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준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지난 4일 경영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애널리스트의 질의응답에 앞서 주주 및 투자자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수익성 측면에서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둔 것에 더해 12년 만에 분기 적자전환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실제 엔씨소프트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4019억원의 매출과 14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당초 증권가에선 엔씨소프트가 79억원의 영업이익을 실현할 것으로 추정해 왔다.


사과에만 그치지 않았다. 홍원준 CFO는 연초부터 추진 중인 사업 및 조직개편 작업을 연내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전체 임직원 4886명 중 최소 18.1%를 줄여 3000명대까지 낮출 계획이다. 만성 적자기업으로 전락하기 전에 고(高)비용 운영체계를 개선하겠다는 각오다. 대부분의 인력과 기능을 본사에 집중해 운영해온 방식이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단이다.


물론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한 탓에 내홍이 일고 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가 인력 조정 방안을 거듭 강조한 이후 투자시장에선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경영실적 발표 직후 SK·흥국·교보·삼성·미래에셋·상상인·대신증권 등 7개 증권사는 목표가를 상향조정했다. 엔씨소프트의 목표주가는 현재 25만6111원으로 직전 대비 5.3% 증가한 상태다.


엔씨소프트가 내놓은 사업개편과 실적 개선안이 의도한 만큼 성공할 수 있을지는 단언할 수 없다. 불확실한 대외환경과 게임시장에 대한 규제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연이은 실적 부진의 잘못을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찾고자 했다. 잘못을 인정했기 때문에 문제를 인지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었다. 잘못을 인정할 수 있는 용기. 엔씨소프트가 보여준 용기에 이해와 공감의 박수를 보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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