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네이버가 올해 전 서비스에 AI 에이전트를 전면 도입하며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쇼핑에 이어 건강 영역까지 AI 에이전트를 확대하고 B2B 소버린 AI 사업도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 김희철을 이사회에 합류시키며 AI 시대 투자 결단력도 강화했다.
23일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온서비스 AI 전략 선언의 3년 차인 올해는 네이버 서비스 전 영역에 AI 에이전트를 전면 도입할 계획"이라며 "네이버가 오랜 시간 축적해온 AI 인프라와 신뢰도 높은 콘텐츠 자산을 활용해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최적의 실행까지 완결하는 끊김없는 서비스 흐름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최 대표가 이날 가장 공을 들여 설명한 것은 AI 에이전트 전략이었다. 네이버는 지난 2월 네이버 플러스 스토어 앱에 AI 쇼핑 에이전트를 도입한 데 이어 연내 쇼핑 전반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AI 쇼핑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복잡한 구매 맥락을 이해하고 상품 정보와 리뷰 요약, 추가 구매 정보 등을 선제적으로 제공해 탐색 부담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쇼핑을 넘어 이날 주주총회에서 새롭게 공개된 것은 건강 에이전트다. 최 대표는 "건강과 관련된 정보 탐색은 자연스럽게 상품과 장소, 서비스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검색, 쇼핑, 플레이스가 AI로 하나의 흐름처럼 연결될 때 사용자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강 에이전트는 서울대병원의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해 정확한 답변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네이버는 이를 'AI 탭'이라는 생활 밀착형 검색 에이전트 서비스로 구현할 방침으로 검색·쇼핑·로컬부터 금융·건강에 이르기까지 각 영역에 특화된 버티컬 에이전트들을 전 영역에 순차 고도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올해 AI를 활용해 업무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최 대표는 "지난 2년간 AI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직 구조를 유연하게 재설계하고 AI 중심의 일하는 문화를 전사적으로 정착시켜 왔으며 현재 모든 업무에 AI를 활용하는 것이 기본이 됐다"며 "AI를 통한 생산성 2배 향상은 프로젝트당 투입 시간을 절반 수준으로 단축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AI 에이전트 전략은 B2C를 넘어 B2B로도 확장된다. 네이버는 소버린 AI 전략을 중심으로 공공·금융·방산 등 보안이 핵심인 분야에서 엔터프라이즈 AI 사업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네이버는 이미 한국은행에 하이퍼클로바X를 결합한 뉴로 클라우드를 제공하며 레퍼런스를 확보했고 사우디에서는 지도 등을 활용한 슈퍼앱 제작 사업도 검토 중이다. 최 대표는 "AI는 서비스의 진화를 넘어 국가와 산업,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거대한 변곡점이 됐다"며 "네이버는 초거대 AI 모델부터 인프라, 대규모 서비스 운영 경험까지 갖춘 글로벌에서도 보기 드문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라고 말했다.
이날 의결된 5개 안건 중 시장의 주목을 받은 것은 사내이사 김희철 선임의 건이었다. 2003년 네이버에 입사해 20년 넘게 재무 업무를 담당해온 김희철 CFO가 등기이사로 선임되며 CFO가 이사회에 합류한 것은 약 10년 만이다. 이사회는 AI 전환 시대에 핵심 사업 역량 강화와 글로벌 확장을 위한 투자 전략 및 재무 건전성 관리의 적임자로 판단해 추천했다는 설명이다.
선임 후 김 신임 사내이사는 "AI와 함께 많은 것들이 급변하는 현재 상황에서 네이버가 더 큰 도약을 하기 위해 과감한 도전과 적극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재무 최고책임자로서, 이사회 일원으로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주총에서는 이 외에도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 기타 상법 개정 반영)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김이배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주주 질의응답에서는 네이버의 주가 부진에 대한 우려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코스피 5000 돌파라는 강세장 속에서도 AI 기업을 표방하는 네이버가 상승 흐름에서 소외됐다는 지적이었다. 최 대표는 "현재 AI로 실제 수익을 창출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은 아직 없고 지금은 인프라·하드웨어 중심 기업들이 주목받는 시기"라면서도 "결국 AI로 가치를 내는 소프트웨어·서비스 기업들이 주목받게 될 것이고 네이버가 바로 그 부분에 가장 강점이 있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 보상 체계의 대부분 역시 주식 보상으로 코스피200 내 기업 대비 상대적 주가 상승률 백분위에 따라 0~200% 내에서 보상을 받는 구조"라며 "상대적인 주가 가치 상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수익화 전략에 대한 물음도 이어졌다. 최 대표는 건강 등 정보성 에이전트는 광고 수익 모델과 함께 커머스·예약 연결을 통한 수수료 매출로 커머스·플레이스 에이전트는 이용자 전환으로 직결되는 특성상 광고 및 거래 전환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나무 합병과 관련해서는 관련 법안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기틀이 잡히는 대로 거래 구조와 사업을 정비해 나가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유지했다. 로봇 사업에 대해서는 "1784 사옥에서 100~200개 로봇이 협동하는 OS·시스템·클라우드 연결 기술 기술검증(PoC)를 진행해왔다"며 "올해는 사우디아라비아 대형 주거단지에서 실외 배달 로봇 PoC를 통해 커머스 사업과의 연결 가능성을 검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주주총회 직후 진행된 백브리핑에서 김희철 CFO는 향후 투자 방향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CFO의 이사회 합류를 글로벌 인수합병(M&A) 등 적극적 투자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에 대해 그는 "등기이사가 됐다고 투자가 갑자기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AI 시대에 필요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검토를 더욱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며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과감한 투자 결의도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두나무 합병과 관련해서는 "정부 승인 절차가 진행 중이며 현재로서는 목표했던 방향대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대주주 지분 제한 등 관련 규제가 확정되는 대로 사업 방향을 조율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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