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가 증권사의 SOR(스마트오더라우팅) 시스템 구축을 놓고 코스콤과 경쟁하고 있다. 증권사는 대체거래소 출범 전에 SOR 시스템을 반드시 도입해야 하는데 대부분 코스콤 또는 넥스트레이드의 SOR 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코스콤이 오랜 업력을 기반으로 SOR 시스템 유치 경쟁에서 앞서가고 있다. 넥스트레이드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SOR 시스템의 여러 기능을 확장할 수 있다는 것에 중점을 두면서 확장성에 중점을 두면서 장기 경쟁에 대비하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가 다음해 3월 초 출범을 목표로 하면서 증권사도 SOR 시스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체거래소는 정규 거래소인 한국거래소의 증권매매체결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거래소를 말한다.
투자자가 넥스트레이드를 통해 거래할 수 있는 국내 상장기업 종목은 800여개다. 코스피(유가증권시장) 또는 코스닥에 상장됐으면서 일정 이상의 시가총액 및 주식 유동성을 갖춘 곳으로 선정됐다.
지금은 투자자가 한국거래소를 통해서만 국내 상장기업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그러나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하면 투자자는 증권사의 주식거래시스템을 통해 상장기업 800여곳 주식을 사고팔 때 한국거래소‧넥스트레이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만약 투자자가 거래소를 직접 고르지 않고 주식을 거래하려 한다면 어느 거래소를 선택할지는 증권사의 몫이 된다. 구체적으로는 증권사가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를 비교해 투자자에게 더욱 유리한 거래소를 골라 주식 거래 주문을 집행한다.
여기에 필요한 시스템이 SOR이다. SOR은 증권사에서 사전에 마련한 기준에 따라 거래소를 개별적으로 비교한 결과를 토대로 투자자에게 가장 유리한 거래소로 주문을 집행하는 자동 주문 전송 시스템을 말한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국내 증권사는 거래소가 2개 이상 운영될 경우 SOR을 반드시 적용해야 한다. 증권사 상당수는 막대한 개발비와 촉박한 시간 여유 등을 고려해 코스콤이나 넥스트레이드에서 만든 SOR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이용료를 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코스콤과 넥스트레이드의 SOR 시스템 중 어느 쪽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는지는 아직 공식화되지 않았다. 다만 현재 코스콤을 선택한 증권사가 10여곳으로 집계돼 7곳 정도인 넥스트레이드를 앞서는 것으로 파악됐다.
코스콤은 원장관리(증권사가 고객 계좌 및 매매‧거래 내역 등을 관리하는 프로그램)를 비롯해 증권 IT 인프라 사업을 50년 이상 영위한 만큼 안정성이 높은 곳으로 평가된다. SOR 시스템 초기 구축 비용도 코스콤이 넥스트레이드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응해 넥스트레이드는 자사 SOR 시스템의 기능 확장성을 강조하고 있다. 같은 기업 주가가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간에 차이가 난다면 SOR 시스템이 이 차이를 판별해 다른 거래소로 변경 주문을 처리하는 이른바 '리밸런싱'이 원활하다는 점 등을 예시로 들었다.
넥스트레이드 관계자는 "SOR 시스템은 독립‧연동형으로 나뉘는데 독립형은 별도 서버로 구축돼 결과를 별도의 원장관리 시스템으로 회송하고 연동형은 기존 원장관리 시스템에서 SOR이 주문 보조 역할만 맡는다"며 "기능 확장이 손쉬운 독립형 SOR 시스템 수요를 잡는 데 중점을 두려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넥스트레이드는 SOR 시스템 시장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전망 아래 장기 경쟁을 준비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넥스트레이드가 주식거래 시장에 자리를 잡는다면 증권사들도 SOR 시스템의 고도화에 더욱 신경을 쓸 것이라는 전망을 기반으로 삼았다.
넥스트레이드가 2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SOR 글로벌 세미나'를 개최한 데서도 같은 뜻이 엿보인다. 이 세미나는 '복수 거래시장에서의 증권사 경쟁력 강화'를 주제 삼아 해외 SOR 성공사례 및 국내외 전문가의 제언 등을 소개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도 세미나 환영사를 통해 "투자자의 주문 효율화와 수익률 제고 등을 목표로 개별 증권사가 맞붙는 SOR 경쟁 시대가 머지않아 열릴 것"이라며 "이에 대비한 미래전략이 필요하고 더욱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SOR 운용전략 설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SOR 시스템 강점을 묻는 딜사이트의 질문에 "넥스트레이드와 코스콤의 SOR 시스템은 각자의 장점이 있는데 넥스트레이드의 차별화 포인트는 높은 변용성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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