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기업공개) 시장 조단위 대어로 꼽히던 엔카닷컴(옛 SK엔카닷컴)이 상장을 철회한 지 곧 1년을 맞는다. 2014년 SK㈜의 온라인 중고차 운용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설립된 엔카닷컴은 2018년 호주 1위 자동차 기업인 카세일즈홀딩스를 최대주주로 맞으며 SK그룹과 이별했고, 2020년 지금의 사명으로 이름을 바꿨다. 엔카닷컴은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을 발판 삼아 자동차 거래 플랫폼으로서의 브랜드 위상을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예상보다 불확실한 증시와 위축된 투심에 밀려 다음 기회를 노리고 있다. 딜사이트는 엔카닷컴의 상장 재추진 계획과 가능성, 재무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엔카닷컴이 올해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흐름을 강화했지만 이는 '착시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급채무 증가에 따라 장부상 이익이 늘어났을 뿐, 내부 자금 조달 여력은 마이너스(-)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지급채무 항목은 지금 줘야 할 돈을 나중에 지불하는 일종의 '외상'이다. 당장은 영업활동현금흐름에 보탬이 되지만, 추후 현금 유출이 불가피하다.
◆ 역대 최대치 영업활동현금흐름…미지급금 등 지출 시간차 효과
11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엔카닷컴은 2024회계연도(FY·2023년 7월~2024년 6월) 별도 기준 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이 386억원으로, 전년 동기(232억원)보다 66.4% 증가했다.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드리는 현금흐름을 뜻하는 OCF는 실제 현금의 유입과 출입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꼽힌다.
통상 OCF는 수익성 지표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과 비례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하지만 엔카닷컴의 경우 두 지표 간 괴리가 발생했다. 영업이익이 소폭 감소하면서 EBITDA가 축소됐지만, OCF는 반대로 성장세를 그린 것이다.
엔카닷컴은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회계상 시간차 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예컨대 엔카닷컴은 유동부채가 대폭 증가했다. 해당 계정은 언젠가는 지출이 이뤄지지만, 회계처리 시점에는 엔카닷컴이 현금으로 보유 중이었다. 이에 현금흐름이 원활한 것처럼 착시현상을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세부적으로 엔카닷컴은 2024회계연도 기준 미지급금이 152.6% 증가한 43억원을 기록했으며, ▲미지급비용 42억원(52.8%↑) ▲충당부채 12억원(51.9%↑)이었다. 미지급금은 과거 체결한 물품과 용역 계약에 따른 지급 의무이며, 미지급비용은 이미 발생한 비용이지만 지불하지 않은 돈을 의미한다. 충당부채는 미래에 발생할 지출과 손실을 선반영한 항목이다.
다만 엔카닷컴의 미지급금이 이례적으로 많이 계상된 점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실제로 엔카닷컴의 미지급금은 2019회계연도 이후 매년 20억원 안팎 수준으로 관리됐었다. 이는 엔카닷컴이 현금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비용 정산을 미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 내부순현금·잉여현금 마이너스…현금 유출 부담 확대
주목할 부분은 OCF 유입액이 사상 최대를 시현했음에도 실제 유동성 대응력은 미흡하다는 점이다.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여력을 나타내는 내부순현금흐름(ICF)과 기업의 여유 자금을 의미하는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순유출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엔카닷컴은 2024회계연도 기준 ICF와 FCF는 각각 마이너스(-)101억원, -54억원으로 집계됐다. OCF에서 운전자본투자를 제외한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는 전년 대비 160.5% 급증했지만, 배당금과 자본적지출(CAPEX)로 이보다 더 많은 현금이 투입된 영향이다. 엔카닷컴은 자금 조달이 필요할 경우 외부 차입으로 현금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터라 유동성 출혈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파악된다.
엔카닷컴의 현금흐름은 지급채무를 해소한 이후 더욱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 안 그래도 외상비를 쌓아두며 현금흐름을 보완했는데, 현금성자산마저 줄어드는 실정이어서다. 이 회사의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563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가량 줄었다.
아울러 엔카닷컴이 당분간 고배당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부정적인 징후로 꼽힌다. 엔카닷컴 최대주주인 호주 카세일즈홀딩스가 부가적인 배당수익 창출을 노리고 있는 만큼 보유한 현금을 계속해서 깎아 먹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엔카닷컴 관계자는 "지급채무의 증가는 외주비용과 시설투자, 마케팅 등 사업 상황이나 시기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하는 것"이라며 "현재는 대부분 지급을 완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지급금과 미지급비용은 보유 현금 대비 적은 만큼 의도적으로 현금흐름을 보완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동비율 역시 업종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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