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KT가 최근 도입한 새로운 인사 평가 정책을 두고 내부에서는 구조조정을 위한 발판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말 정기 인사를 앞두고 충분한 사전 고지 없이 갑자기 시행하는 점과 일부 직군에 대해선 업무 평가 시험을 치르겠다는 회사 정책에 적잖은 반발을 사는 모습이다. 김영섭 KT 대표가 취임 당시 인위적인 대규모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혔지만 결국 인력 감축을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KT는 인사고과 평가와 승진 등에 영향을 주는 인사 평가제도를 개편, 신규 시스템 두 개를 도입했다. 하나는 회사의 비전인 'AICT 기업' 전환을 연상케하는 '전사 역량진단', 다른 하나는 기업간거래(B2B) 영업 직군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업무지식 테스트'다.
KT는 지난달 19~23일 차장급인 G5 이하 모든 직원을 상대로 역량진단을 시행했다. AICT 기업으로의 성공적 전환을 위한 역량 확보와 자기 주도적 성장 지원이 목표다. 이번 평가로 1차 직상급자와 2차 차상급자가 진단·조정된다. 해당 결과는 이날 대상자에게 통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평가 항목은 기술·과업·공통 역량 등 크게 세 분야다. 기술부문에서는 IT와 네트워크, B2B영업 등 전문 지식과 스킬 등을 진단했다. 과업·공통부문에서는 과업별 업무 성과 창출에 필요한 역량과 고객문제 해결, 협업, 커뮤니케이션, AX(AI 전환) 기술 업무 적용 등을 평가했다.
업무지식 테스트는 B2B 영업 직군을 상대로 연간 상·하반기 두 차례 시행한다. 시험은 1시간 20분 동안 치러지며, 상품(50문항)과 프로세스(5문항), 기술(25문항) 등 총 3개 영역의 총 80문항으로 구성됐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달 중순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KT의 행보는 직원 역량 향상에 관심이 높은 김영섭 KT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과거 김 대표는 LG CNS 사장으로 재임 중이던 2019년 직원 평가에 직급과는 별개로 레벨 1~5까지 역량을 책정해 이를 연봉에 반영하는 '기술역량 레벨제'를 도입했다.
이는 연공서열 상관없이 뛰어난 역량을 갖춘 직원에게 더 큰 보상을 주겠다는 것으로, 당시 업계에서는 구성원의 1등 역량을 강조하는 김 대표의 경영 방침이 담겼다는 평가가 돌았다. KT가 올해 AICT 기업으로 본격적인 도약을 선언했다는 점도 이번 새 평가제 도입 배경으로 꼽힌다.
반면 KT 내부에서는 이번 신규 평가제를 두고 거센 반발이 나온다. 회사는 통상 매년 11월 또는 12월 정기인사를 진행하는데, 이를 불과 2개월 앞두고 갑자기 새로운 평가를 도입·시행하겠다고 나선 것은 향후 원활한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밑작업이라는 시각이다.
또 업무지식 테스트는 실제 업무 성과와 능력을 평가·진단하기에 한계가 있고, 영업 현장 일선에 뛰는 직원들만 시험 평가 대상이라는 점에서 고연령대 인력을 중심으로 대규모 감축을 암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KT에 근무 중인 한 직원은 "회사에서 역량진단과 업무지식 테스트를 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르면 다음 달 정기인사와 조직개편 등이 유력한 상황에서 갑자기 새로운 평가제가 도입된 것을 두고 내부에서는 구조조정 바람이 불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직원들 역량 강화도 좋지만 현장에서 성과를 내는 직원의 고과에 시험 성적을 반영하겠다는 것은 김 대표가 강조하는 실질적인 역량과 전문화라는 취지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나이가 많은 직원을 내보내려고 시험을 도입했는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KT는 지난해 8월 김 대표의 취임 이후 인력 감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KT의 직원 수는 1만9370명으로 지난해 12월 말 1만9737명과 비교해 1.9% 감소했다. 1년 전인 지난해 6월 말 2만117명보다는 3.7% 줄어든 수준이다. 반면 신규 채용 규모는 줄어든 추세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구조조정은 기업의 기본 경영"이라면서도 "인위적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아직까지는 인원 감축보다 퇴직 인원을 기반으로 한 인력 재배치에 신경쓰는 모습이다.
이번 일을 두고 KT의 소수 노조인 KT새노조는 논평을 내고 "단순 시험을 통해 등수를 매기고 이를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방식이라면 이는 김 대표가 언급한 '자타가 공인하는 고수'를 중심으로 한 선순환 체계와는 거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실제 업무 능력과 경험, 팀워크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 시험 결과만으로 직원들의 역량을 판단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평가"라며 "IT 기업 전환을 위한 기술 역량뿐 아니라 실제 업무 현장에서의 문제 해결 능력, 창의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전사 역량진단은 AICT 기업 전환 차원"이라며 "업무지식 테스트는 그룹 차원에서 확인하기 어렵고, 일부 조직에서 시행한 게 전사에 다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회사의 인사평가 정책 방향성은 직원 역량 강화"며 이번 신규 평가제 도입과 구조조정 간 관련성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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