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정동진 기자] 축산물 직거래 온라인 플랫폼 '미트박스글로벌'이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피어그룹에 육류전문유통기업을 포함시키지 않아 산출 공모가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내에서의 점유율을 감안하면 기업가치 산정을 위해 PSR을 활용한 것 역시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트박스글로벌은 이번 IPO 과정에서 피어그룹으로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패션), 보리타알(수입가공품), 동서(식자재), 실리콘투(뷰티 플랫폼), 블루엠텍(전문의약품)을 선정했다. 식품 유통 기업인 보리타알·동서를 제외하면 '플랫폼'이라는 기업 정체성에 방점을 둔 선택이라는 평가다.
다만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미트박스글로벌의 이 같은 선택이 자칫 일관성 없는 기준을 적용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트박스글로벌이 피어그룹 선정 과정에서 육류 유통 기업인 하림·마니커·우리손애프엔지 등을 제외했는데, 그 이유로 비즈니스 모델·목표 시장의 차이를 근거로 제시한 까닭이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미트박스글로벌은 유사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양육·도축·제조시설을 갖추고 있는 기업들을 제외했다. 축육 가공기업의 경우 생산 및 유통을 위해 대규모의 고정자산 구축에 따른 고정비가 발생하는데, 미트박스글로벌의 메인 비즈니스는 플랫폼 사업인 만큼 이와 같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현재 피어그룹으로 선정된 기업들에 대해 위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투자자들이 이들이 선택된 이유를 납득하기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피어그룹에 속한 기업들이 다루는 제품들은 의류·화장품·의약품 등으로, 육류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이에 IB업계 일각에서는 피어그룹사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오히려 제외된 하림·마니커 등보다 미트박스글로벌과의 사업적 유사도가 적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이들의 매출 대비 원가율을 비교하면 유의미한 차이를 관찰할 수 있다. 최근 3년간 미트박스글로벌의 매출원가는 92~95% 수준인데 반해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의 매출 원가율은 지난해 기준 약 40%에 불과하다. 보라티알과 실리콘투 역시 각각 60%, 66%로 차이를 보인다. 동서·블루엠텍이 80%대로 그나마 비슷한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하림·마니커·우리손에프앤지의 매출 원가율은 오히려 미트박스글로벌과 유사하다. 이들의 지난해 기준 매출 원가율은 각각 84%, 94%, 90%다. 미트박스글로벌이 증권신고서상 경쟁업체로 언급한 미팅, 동원홈푸드 역시 매출원가율이 같은 기간 각각 89%, 86%에 달한다. 단순히 매출 원가율로 각 기업들의 사업성을 평가하긴 어렵지만, 육류 유통 기업의 마진율에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은 일정부분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미트박스글로벌이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실리콘투 등 매출 대비 마진율이 판이한 사업자들을 피어그룹으로 제시해 기업가치를 산정한 것은 무리한 시도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객관적으로 사업적 유사도가 높은 육류 유통 기업들이 낮은 PSR(1배 이하)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이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운 까닭이다.
이밖에 PSR이 그간 IPO 시장에서 대부분 '대체 불가능성'이 큰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 확보가 기대되는 사업자에게 적용됐던 만큼, 해당 기준을 미트박스글로벌에 적용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매출 기반의 기업가치 산정 방식은 개화하는 시장 속에서 당장은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향후 지배와 독점을 통해 큰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은 기업인 경우에 한해서만 투자자들이 이례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쿠팡이 꼽힌다. 쿠팡은 상장 당시 온라인 커머스 시장에서 수익성보다는 점유율 확보에 힘쓰며 적자 기업임에도 밸류에이션에 대한 정당성을 얻었다.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가는 속도를 감안했을 때, 몇 년 안에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을 시장으로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합의가 이뤄지면서다.
IPO 당시 고평가 논란이 제기됐던 두산로보틱스와 그리드위즈 등도 PSR을 이용하기 위한 최소한의 허들은 넘은 상태였다. 이들 역시 국내 기준 업계 점유율 1위의, 시장 내 지배적인 사업자였기 때문이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2018년부터 국내 협동로봇 분야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그리드위즈는 주요 사업인 전력수요관리(DR) 부문에서 5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보유한 기업이다.
반면 미트박스글로벌은 축산 유통 플랫폼 가운데 다소 평범한 수준의 매출을 기록 중이다. 미트박스글로벌의 매출은 지난해 기준 669억원으로 상장 예심 당시 경쟁사로 꼽은 미팅(368억원)보다는 많지만, 지난해 2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정육각과 비교해서는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축산 유통 플랫폼 시장과 관련해 공식적인 점유율 집계는 없으나, 미트박스글로벌을 지배적인 사업자로 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미트박스글로벌 관계자는 "2022년부터 흑자 전환해 아직 이익 시현의 규모가 아직 반영되지 않는 점을 감안했다"며 "해당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가 성장단계인 점도 PSR 활용에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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