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구예림 기자] 야놀자가 사업군 가운데 가장 큰 매출을 차지하는 플랫폼 부문을 신설회사로 하는 물적분할을 추진한다. 이번 분할에 대해 시장에서는 미국 나스닥 기업공개(IPO)를 노리고 있는 야놀자가 신성장동력인 클라우드부문을 전면에 내세워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관측 중이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야놀자는 지난달 28일 물적분할을 통해 야놀자 클라우드를 존속회사로 하고 플랫폼 부문을 떼어 회사를 신설한다는 이사회 안건을 결의했다. 분할 기일은 내달 15일이다. 야놀자 사업부문은 현재 플랫폼과 클라우드(솔루션), 인터파크트리플 부문으로 나뉜다. 이번 분할을 통해 클라우드 부문을 제외한 플랫폼 사업(플랫폼·인터파크트리플 부문)이 떨어져 나가게 됐다. 야놀자 클라우드는 글로벌 솔루션사업 부문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분할신설회사인 플랫폼 부문이 야놀자 매출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야놀자의 총 매출액인 4350억원에서 플랫폼 부문 매출이 41.2%(1793억원)를 차지했다. 일반적으로 회사의 비주류사업이 분할신설회사가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야놀자의 행보는 이례적이다. 아울러 야놀자는 여행 플랫폼 기업으로 출발한 회사이기 때문에 사실상 플랫폼 사업이 회사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야놀자가 플랫폼 부문이 아닌 클라우드 솔루션 부문을 회사 전면에 내세우려는 의도가 다분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미국 증시(나스닥) 상장을 목전에 둔 야놀자에게 단순 플랫폼 사업으로는 기업가치 제고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야놀자가 최근 몇 년간 숙박업체라는 이미지에서 나아가 숙박과 연계한 AI기술이나 솔루션 등의 사업을 공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다"며 "고도화된 IT기술을 요구하는 세계적인 트렌드에 발 맞춰 나가는 행보로 읽힌다"고 관측했다.
실제 야놀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가 여행업계를 덮쳤을 때 선제적으로 솔루션 사업에 눈을 떠 볼트온 전략으로 몸집을 불려 나갔다. 볼트온이란 동종업체를 인수·합병(M&A)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나가는 방식을 뜻한다. 야놀자는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자산관리시스템(PMS) 기업 이지테크노시스를 시작으로 호텔나우, 데일리호텔, 고글로벌트래블(GGT) 등을 인수하며 솔루션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2021년에는 클라우드 솔루션사업 부문을 주축으로 해 계열사들을 모은 신규법인 '야놀자 클라우드'도 출범했다.
그 덕에 클라우드 부문 매출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2021년만 해도 클라우드 부문 매출액은 320억원으로 전체 매출인 3748억원에서 8.55% 비중에 그쳤지만 작년 말 1733억원으로 매출 비중도 22.6%까지 올라갔다. 올해 상반기도 클라우드 부문 매출액은 124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8.63%로 치솟았다. 매출 비중이 반년 만에 6%포인트나 커진 셈이다.
나아가 야놀자는 이달 3일 야놀자클라우드에 새로운 글로벌 최고사업책임자(CBO)를 임명했다. 이번에 새로 선임된 김현정 글로벌 CBO는 맥킨지앤드컴퍼니와 삼성전자, 구글 등 다양한 글로벌기업에서 서비스 운영, 생성형 AI 기반 마케팅 등을 주도한 인물이다. 새 CBO가 보유한 글로벌 사업 확장 경험과 마케팅 노하우를 통해 AI 기반 솔루션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영입했다는 회사 측 설명이다.
한편 야놀자는 연내 목표로 했던 IPO를 내년으로 연기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번 물적분할을 통한 대대적인 사업구조 개편으로 야놀자의 클라우드 사업이 확장한다면 시장에서 평가될 기업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야놀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 물적분할은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며 "아직 구체적인 통합방식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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