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국내 건설사 18곳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책임준공 제공 대출잔액이 79조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PF 책임준공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건설업체들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자금조달 방식을 바꿔 나가려는 시도를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현 한국기업평가(한기평) 기업2실 책임연구원은 24일 한기평이 개최한 'KR 크레딧 세미나'에서 '돌고 돌아 건설사의 책임, 건설업 시행‧구조 변화 촉매로 작용할까?'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건설사의 책임준공 약정은 손실액을 특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책임준공 약정은 시공사가 기존에 약속했던 공사기간을 준수하지 못하면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시공사의 책임준공약정은 사업성이 아닌 계약관계를 통해 만들어진 구조다. 최대손실액이 이론적 손실액인 시공비로 한정되지 않고 토지비와 금융비용까지도 확대될 수 있다. 이에 건설사는 책임준공 의무 이행으로 운전자본 부담이 확대된다.
김 연구원은 "건설사에게 책임준공약정이 불리하게 작용하는 가운데 현 상황에서는 건설 사업이 단기간에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2021년부터 원자재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원가 부담을 높이고 있다. 또 국내 건설 프로젝트는 분양대금을 통해 공사비를 지급하지만, 최근 금리가 높고 실물경제가 둔화돼 미분양 사태가 다소 심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 같이 폭염이 9월까지 지속돼 비작업일수가 늘어난다.
건설업계의 근로 환경 관련 제도가 과도기에 놓여있다는 점도 시공 기간 준수의 걸림돌이 된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돼 건설업 평균 근로시간이 줄고 근로기준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안전관리와 관련된 규제 조치로 건설 공기를 더 연장시킨다.
이 같은 열악한 건설경기 속에서 이미 건설업계 내부에서 '책임준공' 리스크과 관련해 책임을 다투는 사례가 늘고 있다. 건설사는 책임준공기한을 준수하지 못하고 공사를 지속하게 되면 미회수한 공사대금에 더해 채무인수까지 더해야 해 재무 위험성을 더 위협받는다. 이에 건설사의 약정한 준공기간 미이행에 따라 채무인수 우려가 나타나면 책임준공약정의 '불가항력 기준'을 두고 다른 이해관계자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기평이 국내 18곳의 건설사의 책임준공 현황을 파악한 결과, 책임 준공 제공 대출잔액은 79조1000억원으로 나타났다. 다수의 업체가 분포한 신용등급 A급 건설사의 책임준공 대출잔액이 가장 높으며, 도급 사업이 클수록 책임준공 약정액도 커진다. 이중 현대건설의 책임준공 제공 대출규모가 9조9000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김 연구원은 자기자본 대비 책임준공 제공 대출잔액이 높은 건설사를 지목했다. 자기자본 대비 책임준공 대출잔액이 300%를 상회하는 건설사 3곳은 매출액 대비 미수채권 비중이 30%을 초과한다고 지적했다. 미수채권은 통상 건설사가 공사비를 투입했지만 미분양 등으로 회수받지 못한 자금이다.
김 연구원은 건설업계에서 책임준공형 PF사업이 리스크 부담을 우려하는 상황은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사업구조를 바꾸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을 내놨다. 최근 건설사들이 재무구조를 위협하는 책임준공형 PF사업을 기피하며 이와 관련한 사업 수주를 줄이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방식의 사업은 자연스레 감소하고 이를 보완한 다른 방식의 사업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 부동산 PF구조와 관련해 환경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정부는 건설사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자기자본비율을 높일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대형건설사를 중심으로 리스크를 줄이는 방식으로 책임준공 약정 세부내용을 바꾸고 있다.
김 연구원은 "건설업계가 최근 PF리스크로 인한 재무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책임준공형 프로젝트의 금융조달 구조의 변화 필요성을 감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사들의 안정적인 금융조달 방식 선호 기조와 정부 정책이 합쳐진다면 건설업계의 건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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