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게 10㎚(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6세대(1c) D램 기술 개발에 있어 '세계 최초' 타이틀을 뺏겼다. 이에 올해 안에 1c(11~12나노) D램 양산을 통해 SK하이닉스를 따라잡고 2026년에 7세대(1d·10나노) 개발을 1년 가까이 앞당겨 초미세공정 경쟁에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삼성전자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에 1c D램을 적용해 SK하이닉스에 밀려 고전하는 HBM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되찾아 올 계획이다. 다만 계획대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무리하게 넷다이(Net Die)를 늘리는 등 수익성에 치중하기보다는 우선적으로 안정적인 품질과 수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6세대 1c 미세공정을 적용한 16Gb(기가비트) DDR5 D램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연내 양산할 준비를 마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제품 공급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이번에 개발한 1c의 동작속도는 이전 세대 대비 11% 빨라지고 전력효율은 9% 이상 개선됐다. 또 1b 대비 생산성은 30% 이상 향상됐다.
10나노급 D램 공정은 1x, 1y, 1z, 1a, 1b, 1c 순으로 이어지며 세대를 거듭할수록 보다 미세한 공정이 적용돼 성능과 전력 효율이 높아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이번에 발표한 1c 공정은 11나노로 추정된다. 2026~2027년 10나노급 7세대 1d를 끝으로 2030년경에는 한 자릿수 노드 시대(0a, 0b, 0c)에 돌입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의 이번 발표는 전영현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부회장)의 취임 100일쯤에 이뤄졌다. 최근 HBM에서 SK하이닉스에게 밀리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마이크론·SK하이닉스 대비 기술력이 2~3년 앞서면서 초격차를 유지했다. 초미세 공정 경쟁에서 한번도 '세계 최초' 타이틀을 놓쳐본 적이 없다.
하지만 2020년대 이후부터는 격차가 줄어들면서 경쟁사에게 하나둘씩 '세계 최초'를 내줬다. 2021년 마이크론은 10나노급 4세대 D램(1a)에서 삼성전자를 꺾고 가장 먼저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 10나노급 5세대 D램(1b)의 경우 지난해 5월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보다 열흘 먼저 양산했지만, 3사의 기술력이나 양산 시점이 거의 동일 선상에 진행됐다는 평가다.
이에 삼성전자는 제품 개발에서는 세계최초 타이틀을 내줬지만 제품 양산은 올해 안으로 성공해 내년 양산이 목표인 SK하이닉스보다 한발 빠르게 대응할 계획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1b D램 수율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린 만큼 당장 성능을 무리하게 올리기 보다는 수율 안정화에 좀더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전영현 부회장도 취임 이후 D램 전 제품에 대한 공정 개발과 설계 부분을 재점검하고 1b D램부터 차근차근 안정성을 높이는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올해 상반기 캐파 증설도 일부 줄였다. 극자외선(EUV) 기술을 도입해 넷다이를 무조건 늘려 수익성을 높이기보다는 완성도를 높여 1c 개발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전 부회장은 제대로 된 1c D램을 개발하지 못하면 1d램을 빠르게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지금 삼성은 제품 개발 속도보다는 방향성과 안정성이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1c와 더불어 1d 램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1d 램부터는 기술개발과 양산을 동시에 준비하면서 생산 최적화를 앞당길 방침이다. 특히 1d 제품부터는 생산 과정에 극자외선(EUV) 장비가 본격 투입되기 때문에 공정 난도 크게 상승한다. 1a D램부터 시스템반도체에서 쓰여온 극자외선(EUV) 노광 기술이 도입되고 있는데 1d D램에서는 9개 층(레이어)에 EUV가 적용된다. 삼성전자는 7세대 제품을 2026년쯤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HBM 경쟁에서도 1c D램을 HBM4 코어 다이로 탑재하는 방안을 통해 SK하이닉스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HBM4에는 1b D램을, HBM4E부터는 1c D램을 적용하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1c D램 탑재는 적층 경쟁에서 우위를 다지기 위한 차원이다. D램은 세대 순으로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용량을 저장할 수 있다.
앞선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1b D램에서 수율이 낮아 HBM3, HBM3E에서 1a D램을 고집하다가 경쟁력에 밀린 바 있어서 HBM4에서는 1c D램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16Gb, 32GB, 128Gb 등 제품 라인을 늘리기보다는 수율 안정화를 위해 라인을 단순화 하고 1b D램 수율부터 잡으면서 1c, 1d D램 개발에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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