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삼성전자가 고대역폭 메모리(HBM)3에 대해 모든 주요 GPU 고객사들에게 양산 공급을 확대 중이라고 밝혀 사실상 엔비디아 납품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올해 2분기 HBM 매출이 직전 분기 대비 50% 증가했고, 올해 연간 HBM 캐파(CAPA)의 경우 고객 협의 완료 물량을 포함하면 전년 대비 4배 많은 수준이라며 본격적인 생산 확대도 언급했다. 하반기 본격적인 HBM 물량 확대와 양산으로 올해 하반기 HBM 매출은 상반기 대비 3.5배 늘어나는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HBM 판매 증가가 본격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31일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전반적인 시장 가격 개선에 힘입어 2분기 고대역메모리(HBM) 매출은 전분기 대비 50% 중반 상승했다"며 "서버용 DDR5 제품은 출하량 증가와 ASP(평균판매단가) 상승으로 80% 중반의 매출 상승폭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어 "서버용 SSD는 전분기 높았던 출하량의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전분기 대비 40% 중반 증가했다"며 "하반기에는 HBM3E 판매 비중을 늘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삼성전자는 현재 엔비디아와 퀄 테스트(품질 검증)를 진행 중인 고대역폭메모리(HBM3E) 제품의 양산 일정과 HBM 로드맵 등에 대해 고객사와의 비밀유지계약(NDA)을 준수하기 위해 해당 정보에 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투자자들의 편의를 위해 제품 개발 가이드라인은 어느 정도 공개했다. 업계에서는 HBM3의 엔비디아 납품이 이뤄졌다는 보도가 나온 후 HBM3E에 대한 공급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도 최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의 HBM3E가 2∼4개월 내 엔비디아의 퀄(품질) 테스트를 통과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부사장은 "HBM3E 8단 제품은 고객사 평가를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며 3분기 중 양산 공급이 본격화될 예정"이라며 "업계 최초 개발 및 샘플 공급한 HBM3E 12단 또한 이미 양산 램프업 준비를 마쳤고 복수의 고객사들 요청 일정에 맞춰 하반기 공급 확대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HBM 매출 내 HBM3E 비중은 3분기 10% 중반을 넘어설 것이며 4분기에는 60%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라며 "6세대 HBM인 HBM4 역시 내년 하반기 출하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객맞춤형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성능을 고객별로 최적화한 커스텀 HBM 제품도 함께 개발 중이며 현재 복수의 고객사들과 세부 스펙에 대해 협의를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HBM CAPA도 지속 확대할 방침이다. 이미 올해 고객 협의 완료 물량이 전년 대비 4배 가량 확보했고 내년에는 올해 대비 2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김 부사장은 "고객사들의 요청 물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서 해당 고객사들과 공급 협의를 이어나가며 2025년 추가 생산 규모를 확정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AI서버 중심으로 한 레거시 D램과 낸드 수요의 강세도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D램과 낸드 생산량 증가로 가격 상승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HBM 생산 증가로 인해 범용 D램 공급 역시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해 하반기에도 레거시 제품의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컨벤셔널 제품은 AI로 촉발된 고성능·고용량 수요 대응하기 위해 레거시 라인의 전환 투자를 가속화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서버용 D램 분야에서도 1b나노 32Gb(기가비트) DDR5 기반의 128GB, 256GB 모듈 등 고용량 제품을 기반으로 시장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낸드의 경우에는 서버·PC·모바일 전 분야에 최적화된 쿼드레벨셀(QLC) SSD 라인업을 기반으로 고객 수요에 적기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서버용 SSD 매출은 ASP 개선, 출하량 증가, 프리미엄 제품 비중 확대 등으로 하반기에도 가파른 실적 개선이 이어지며 전년 동기 대비 4배를 넘어서는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부사장은 "서버용 SSD는 전년 대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고 고성능·고용량 SSD 수요는 지속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프리미엄 제품인 트리플레벨셀(TLC) 기반의 16TB(테라바이트) 이상 SSD 판매는 올해 급격히 증가해 하반기 매출액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판매가 급증한 QLC 제품의 경우 올해 전체 서버 SSD 시장 내 10% 초중반 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버향 QLC SSD 시장의 메인 볼륨인 16·32TB SSD는 이미 양산 공급 중이고 고객 승인 중인 64TB SSD도 하반기 양산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128TB 제품 역시 4분기 라인업에 추가할 계획이다.
이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경우 하반기 모바일 제품군의 수요 회복세로 AI와 고성능 컴퓨팅 분야 제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선단 공정 사업 확대와 GAA 3나노 2세대 공정 본격 양산을 통해 올해 시장 성장률을 웃도는 매출 신장을 기대하고 있으며, 하반기에도 인공지능(AI)과 고성능컴퓨팅(HPC) 분야 수주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지난달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에서도 2028년 파운드리 매출 점유율을 모바일 30%, HPC 45%로 제시한 바 있다.
송태중 파운드리사업부 상무는 "파운드리 사업은 지난해 대비 오는 2028년까지 AI와 HPC 응용처용 고객 수를 4배, 매출을 9배 이상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하반기 시장은 경기 회복에 따라 세트 업체들의 불확실성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이고 AI, HPC용 수요는 지속적인 고성장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선단 공정에서 요구되는 고성능, 저전력 하이벤의 특성을 대응하기 위해 2나노 공정의 성숙도를 향상하고 추가 경쟁력 개선을 위한 노력도 지속할 계획"이라며 "하반기에는 불확실성이 점진적으로 해소되고 2025년 2나노 양산을 위한 준비도 차질 없이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시스템LSI는 플래그십 제품용 엑시노스 2500의 안정적 공급에 사업부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업계 최초로 3나노 시스템온칩(SoC)을 적용한 웨어러블 제품의 초기 시장 반응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 주요 거래선의 SoC 채용 모델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최근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의 파업과 관련한 언급도 나왔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파업이 조기 종결될 수 있도록 노조와 지속 소통하고 협의하고 있다"며 "노조 파업에도 불구하고 현재 당사 고객 물량 대응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조 파업이 지속되더라도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적법한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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