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구원 투수로 등판한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이 고대역폭메모리(HBM)3 엔비디아 퀄테스트 통과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시장 확대에 들어간다. 특히 경쟁사가 HBM3E 12단 제품 양산 경험이 없는 점과 엔비디아의 공급망 안정성 강화 측면을 이용해 HBM3E 12단부터 본격적인 HBM 시장 공략에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올해까지는 HBM 캐파(CAPA) 극대화 통한 시장 점유율 1위 복귀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해 말 범용 D램 가격 상승으로 영업이익률이 HBM을 역전할 수 있어 HBM 캐파 투자를 두고 전 부회장의 고민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2018년 3분기 분기 영업이익 17조원을 달성했던 것처럼 D램 영업이익률이 70%까지 도달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어 전 부회장의 전략 세우기가 중요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내 HBM3E 엔비디아 인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3분기에 8단 HBM3E 양산을 시작하고 12단 제품은 고객사 요청에 맞춰 하반기 중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3분기 중 12단 HBM3E 양산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추격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이번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하반기 HBM3E 공급을 본격화할 자신감을 내비쳤다. 삼성전자는 HBM 공급을 전년 동기 대비 올해 는 4배, 내년에는 2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HBM3에서 후발주자였지만 HBM3E 12단부터는 만회하려는 의지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HBM 격차를 줄이고 있는 이유는 메모리 엔지니어 출신인 전 부회장이 HBM 신제품 개발과 수율 향상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부회장이 전자공학을 전공(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 석, 박사)한 메모리 엔지니어 출신으로, 기존 DS부문장과 달리 신기술의 선제적 개발과 기술 경쟁력을 최우선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업계에서는 전 부회장이 오고 그동안 HBM의 여러 가지 기술적인 문제였던 처리 속도, 발열, 고전력 등의 문제를 해결 중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주로 설계단에서 나오는데 설계인력이 부족한 삼성전자가 4세대 D램인 1a D램에서 코어 다이(core die)의 큰 설계 변경 없이 전압의 미세 조정과 바이오스(BIOS) 개선 등으로 해결 중이다. HBM3 역시 퀄 통과는 했지만 아직 세부적으로 엔비디아와 성능 테스트와 최적화는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BM3E도 이미 AMD 등에도 제품을 납품하고 있고 엔비디아에도 일부 샘플 제품 등은 소량 지속 공급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4분기부터 엔비디아, AMD, 아마존, 구글 등에 본격적으로 HBM3E를 공급해 전체 HBM 매출에서 HBM3E가 차지하는 비중은 3분기 16%에서 4분기 64%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HBM3E 점유율도 SK하이닉스가 50% 수준이라면 삼성전자가 30%, 마이크론이 20%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류형근 삼성증권 연구원은 "AI 생태계 확대를 위해선 엔비디아조차 GPU 신제품의 가격을 쉽사리 크게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HBM의 탑재량은 지속 증가해 재료비 부담 조절과 AI 생태계의 추가 확산을 위해선 최대 캐파를 보유한 삼성전자의 시장 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엔비디아에서 블랙웰 25% 증산을 TSMC에 요청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내년 전체 HBM3E 수요가 100억 개라면 마이크론이 20억개, SK하이닉스가 50억개, 삼성전자가 30억개 정도는 가져갈 수 있는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그동안 HBM 시장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게 내주며 HBM 시장 주도권을 가져오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메모리 제조사 업체들의 주요 이슈가 수익성이기 때문에 HBM 시장도 중요하지만 내년 반도체 호황기에 최고의 수익을 내는 것이 가장 큰 전략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본격적인 주도권은 HBM4가 될 가능성이 높아 내년에 HBM3E 물량 극대화보다는 HBM 캐파를 계획보다 줄이고 D램 생산력 강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TSV 캐파를 월 웨이퍼 23만장에서 19만장 수준으로 낮출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SK하이닉스는 15~17만장, 마이크론 4만5000장 수준이다.
이는 HBM의 급격한 캐파 증가로 D램 공급 쇼티지가 심하게 일어나면서 범용 D램 가격 급등으로 내년 4분기 D램 영업이익률이 HBM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전영현 부회장 역시 HBM과 D램 캐파 투자의 투자 비율을 조절해 최고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방향으로 메모리 사업부 전략을 짤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이미 이천 M16 공장 내 생산설비 발주를 본격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D램 생산량을 최대 월 8만장 수준까지 추가 확보해 전체 생산능력을 약 18%에서 최대 20%까지 늘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도 HBM 수요로 인한 D램 전공정 캐파 부족은 향후 더욱 심화될 가능성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AI가속기 세대 전환에 따라 단위당 HBM 채용량은 과거 대비 증가하고 있다. 엔비디아 H100 HBM3은 80GB(기가바이트)인 반면 B100 HBM3E은 최대 192GB까지 채용한다. 또 제품 성능 구현이 까다로워지면서 설계와 공정 난이도가 상승함에 따라 수율이 낮아지면서 더 많은 웨이퍼가 필요해 범용 D램 공급 부족 현상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D램 평균 가격이 53%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 3분기에만 평균판매가격(ASP)이 전분기 대비 8~13% 오르면서 전체 D램 가격 상승세를 견인할 것으로 분석했다. 내년에도 35% 상승이 예상 돼 이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D램 영업이익률은 50%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HBM의 영업이익률이 60% 수준에 달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D램 영업이익률이 70%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D램 영업이익률 70%를 기록한 것은 2018년 3분기다. 당시 삼성전자는 분기 영업이익 17조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냈고, 반도체에서만 13조6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당시 10나노급 D램 미세공정 도입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전체 D램 빗그로스(출하량 증가율)는 15%, HBM을 제외한 범용 제품은 11%로 보고 있다. 내년에는 HBM의 캐파 증가로 전체 빗그로스는 14%, 범용제품은 8% 수준으로 예측되고 있다. 반면 내년부터 IT 수요 증가가 본격화되면서 올해부터 강한 수요세를 보이고 있는 일반 서버 외에 AI PC와 AI 스마트폰 본격화되면서 B2C 수요까지 회복이 이뤄지면 D램 수요 빗그로스는 올해 17%에서 내년에는 20%까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경우 삼성전자의 D램 영업이익률이 급등하면서 HBM의 영업이익률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무리하게 HBM 캐파 투자를 하는 것보다 D램 캐파 확대를 통한 수익 극대화가 중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HBM이 연간 단위로 가격이 결정되는 반면 일반 D램은 분기 단위로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라 수요·공급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가격이 반영돼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 HBM의 생산 비중 증가는 전반적인 D램 생산 회전율(Turnover)을 낮추고, 제품 믹스와 업황 변화 시 대응을 어렵게 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도 중화권 모바일 수요가 급등하면서 D램 가격이 갑작스럽게 회복됐고, 낸드 역시 서버용 eSSD 수요가 올라올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범용 IT 수요가 언제 어떻게 갑작스럽게 회복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내년에 D램 가격이 얼마만큼 치솟을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전했다.
류형근 삼성증권 연구원은 "경쟁사의 범용 D램 대응력 축소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범용 시장에서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무리하게 HBM을 생산하기보다는 이 시장에서 오는 기회 요소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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