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농심 계열사인 율촌화학이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2차전지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관련 공장을 증설하는 등 사업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얼티엄셀즈와의 대규모 공급계약이 일방적으로 해지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계약 해지로 율촌화학의 유동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율촌화학은 얼티엄셀즈(Ultium Cells)가 1조4871억원 규모의 리튬배터리 제조용 알루미늄 파우치 공급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공시했다. 해당 계약은 2022년 맺어졌으며 율촌화학과 얼티엄셀즈의 계약기간은 2023년부터 2028년까지였다.
얼티엄셀즈는 측은 해지 사유로 미국 미시간주 랜싱에 짓고 있던 3공장 건설을 일시 중단했다는 점을 들었다. 해당 공장은 파우치·원통형 배터리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추진됐지만 최근 고객사 수요가 각형 배터리로 옮겨가면서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율촌화학이 공급할 예정이었던 알루미늄 파우치도 필요하지 않게 됐다.
앞서 율촌화학은 2020년부터 2차전지 소재 육성에 힘을 쏟았다. 이는 율촌화학이 농심그룹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사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그 동안 율촌화학은 농심이 생산하는 라면, 과자 등 일반 포장재를 제작하는 사업 비중이 약 70%에 육박했다. 특히 얼티엄셀즈와의 대규모 공급계약을 따내며 자체적인 사업재편은 성공적으로 흘러가는 듯 했다.
하지만 이번 얼티엄셀즈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시장에선 내다보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유동성 악화다. 율촌화학은 얼티엄셀즈에 대량 공급을 위해 알루미늄 파우치 생산량을 3000만㎡에서 1억㎡로 확대하는 등 선제 투자에 지속적으로 나섰다. 이 회사는 지난해 경기 평택시에 위치한 포승공장 증설에만 836억원을 쏟아부었다.
율촌화학은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사업구조 개편도 적극 추진했다. 이 회사는 작년 10월 회사 매출의 10%를 차지하던 판지사업을 태림포장에 430억원에 매각하며 2차전지사업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현금을 마련했다. 아울러 투자를 위한 차입금 역시 지속적으로 늘려갔다. 실제 율촌화학의 차입금 규모는 2020년 1451억원, 2021년 1975억원, 2022년 2051억원, 2023년 2488억원까지 확대됐다.
현재 율촌화학의 1년 이내 만기 회사채 미상환 잔액은 1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더해 올해 1분기 기준 이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605억원에 불과해 부채 상환은 물론 운영자금 조달도 쉽지 않을 것으로 시장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율촌화학이 2차전지 신사업을 위해 많은 투자를 진행했으나 이번 계약 해지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며 "차입도 대폭 늘린 상황에서 배터리 수요가 부진할 경우 초기에 지출한 투자비용과 추가되는 감가상각비 등이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율촌화학 관계자는 "다른 글로벌사이트에 자사 제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력이나 제품에 문제가 생겨서 계약이 해지된 것은 아니다"며 "다만 얼티엄셀즈의 3공장 건설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절차상 계약해지 후 위약금 청구 소송을 진행하는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한편 얼티엄셀즈와의 계약해지 공시가 나간 이후 율촌화학의 주가는 전일 대비 7540원(24.75%) 하락한 2만2650원까지 하락했다. 주가는 장중 가격 제한폭 하단인 2만1100원까지 밀리며 52주 최저가를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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