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티몬·위메프 등 이커머스 기업의 미정산 사태가 벤처투자업계로 번지는 모양새다. 해당 이커머스로부터 정산 받아야 할 매출채권을 보유한 벤처·스타트업들이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하 농금원)은 투자기업 전수조사에 나서며 피해 현황 파악에 나섰다.
2일 벤처캐피탈(VC) 업계에 따르면 농금원은 지난달 30~31일 이틀 동안 자펀드 운용사(GP)들을 대상으로 피투자기업 전수조사를 시행했다. 티몬·위메프 사태로 피해를 입은 피투자기업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번 전수조사는 GP들의 요청을 받아 농금원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했다.
농금원을 제외한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와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성장금융) 등 주요 출자기관은 아직 전수조사까지는 나서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모태펀드의 경우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으며 성장금융은 티몬·위메프의 모회사인 큐텐 그룹에 투자한 자펀드 현황만 조사한 상황이다. 몇몇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성장금융이 출자한 자펀드를 활용해 큐텐 그룹의 물류회사 '큐익프레스'에 투자한 것으로 관측된다.
농금원 관계자는 "외부 요청이 있어서 이번 티몬·위메프 사태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이 얼마나 있는지 조사하게 됐다"며 "다만 대책을 마련하는 등 공식적인 계획을 수립하려고 전수조사를 시행한 건 아니다"고 전했다. 이어 "농식품을 직접적으로 판매하는 기업보다는 농식품을 가공해 2차로 판매하는 유통기업들의 피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앞서 티몬과 위메프는 미정산 사태의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달 29일 기업회생 절차를 밟기로 했다. 이어 30일 서울회생법원은 두 회사의 재산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기업회생절차를 시작하기 전까지 기업의 재산처분을 막고 채권을 동결하는 절차다. 당분간 대금지급을 중단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다수의 벤처·스타트업들이 티몬과 위메프 등으로부터 정산 받아야 할 매출채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몇몇 커머스 벤처기업의 경우 티몬·위메프 등으로부터 받아야 할 매출채권이 많게는 수천만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통 벤처기업 뿐만 아니라 이커머스 생태계를 활용해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피해 규모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게 '선정산' 핀테크 기업이다. 이들은 판매자들에게 미리 현금을 지급하고 추후 이커머스로부터 판매 대금을 받는 '매출채권팩토링(양도)' 방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티몬·위메프가 정산 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이들이 다수 판매자들의 자금 피해를 모두 떠안게 된 셈이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한 VC들도 골머리를 앓게 됐다. 피해 규모가 크지는 않더라도 상대적으로 보유현금이 적고 현금흐름이 저조한 벤처·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그 피해가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 VC 입장에서는 사실상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VC 관계자는 "우리가 투자한 기업 중에도 티몬·위메프 등으로부터 받아야 할 매출채권이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 가량인 곳들이 있다"며 "피해 규모가 더 큰 곳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피해가 앞으로 더 번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피해 기업과 투자 VC들 모두 날벼락을 맞았다"고 말했다.
한편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의 파장이 커지면서 플랫폼 기업들의 투자금 유치가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커머스 등 플랫폼 기업의 경우 성장 잠재력이 중요한데 이번 사태로 시장 상황이 전반적으로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엔데믹 전환 이후 쪼그라든 플랫폼 기업의 투자를 더욱 기피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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