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준우 기자] 코스닥 상장사 '아이텍'이 전환사채(CB) 콜옵션을 활용해 최대주주 지배력 보완에 나서는 모습이다. 최근 1년간 잇따른 외부 자금 조달로 최대주주 지분율이 한 자릿수대까지 낮아진 데다 추가 희석 가능성도 남아 있는 상황에서 우호 세력을 확보해 지배력 하락을 완충하려는 선제적 조치로 해석된다.
특히 콜옵션 행사자로 지정된 투자자가 넥스플렉스 인수합병(M&A) 파트너인 부산에쿼티파트너스와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M&A 완주를 위한 전략적 동행 체제 구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이텍은 지난달 말 400억원 규모의 6회차 CB를 발행하면서 동시에 콜옵션 행사자를 지정했다. 대상자는 비이피코너스톤(60억원), 저스트원파트너스(45억원), 오로라(15억원) 등 세 곳이다. 콜옵션 대상 물량을 주식으로 환산하면 총 135만1047주로,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발행주식의 약 6.1% 수준이다.
콜옵션 행사자로 지정된 기업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비이피코너스톤에 쏠린다. 최근 아이텍의 자금 조달 과정에서 핵심 투자자로 잇따라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텍은 올해 1월 말 보유 중이던 4회차 CB 80억원어치를 비이피코너스톤에 재매도했다. 이어 한 달 뒤에는 비이피코너스톤을 대상으로 1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도 결정했다. 올해 들어 비이피코너스톤이 아이텍에 투자했거나 투자 예정인 금액만 총 240억원에 달한다.
비이피코너스톤은 이미 4회차 CB에 대해 전량 전환청구권을 행사해 123만8390주(전환가액 6460원)를 확보했다. 이달 16일 100억원 규모 유상증자 납입이 이뤄지고, 다음달 1일 신주 145만1379주가 상장되면 총 268만9769주를 보유한 2대주주로 올라설 전망이다. 여기에 6회차 CB 콜옵션 행사자로 지정되면서 내년 추가로 67만5523주를 취득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주목할 부분은 아이텍과 비이피코너스톤의 연결 고리다. 비이피코너스톤은 부산에쿼티파트너스가 100% 출자해 설립한 법인이다. 최근 최대출자자가 개인 투자자인 강민수 씨로 변경됐지만 조합 대표는 여전히 부산에쿼티파트너스 창립자인 이윤성 대표가 맡고 있다. 사실상 부산에쿼티파트너스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아이텍과 부산에쿼티파트너스는 현재 넥스플렉스 인수합병(M&A)을 함께 추진하는 파트너다. 부산에쿼티파트너스가 주도하는 이번 딜의 규모는 약 8000억~9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아이텍은 해당 거래에 후순위 유한책임투자자(LP)로 참여할 예정이다.
넥스플렉스는 FCCL(연성동박적층판) 제조 기업으로,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연성회로기판(FPCB)의 핵심 소재를 생산한다. 아이텍은 기존 반도체 테스트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IT 소재 영역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아이텍의 실제 투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약 1800억원 안팎이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이 1058억원이며, 이후 자회사 매각과 CB 발행 등을 통해 약 830억원을 추가로 확보했다는 점을 감안한 추정이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아이텍이 비이피코너스톤을 사실상 우호 세력으로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규모 인수 투자를 앞둔 상황에서 최대주주 지배력 안정이 M&A 추진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아이텍은 최근 몇 년간 잇따른 CB 발행으로 최대주주 지분 희석이 불가피해졌다. 아이텍은 2023년과 2024년 각각 4회차와 5회차 CB를 발행했으며 두 건의 발행 규모는 총 400억원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미전환 잔액은 365억원이었지만 이후 전량 전환청구권이 행사되면서 보통주 423만1481주가 새로 상장됐다.
아이텍 최대주주는 최현식 회장으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단독 지분율은 11.3%(250만주)였다. 그러나 이후 전환 물량을 반영하면 현재 지분율은 약 9.5% 수준까지 낮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추가 희석 가능성이다. 아이텍은 최근 넥스플렉스 인수 재원 마련을 위해 400억원 규모의 6회차 CB를 발행했다. 이 물량이 전량 보통주로 전환될 경우 약 450만3490주가 새로 상장돼 최 회장의 지분율은 8.1%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 다만 전체 발행액 중 120억원어치에 대해 콜옵션 행사자를 지정하면서 일부 물량을 우호 지분으로 묶어 두는 안전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다만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넥스플렉스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아이텍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CB 투자자들의 전환권 행사 유인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6회차 CB 가운데 콜옵션 대상이 아닌 320억원 물량이 주식으로 전환되면 최 회장 지분율은 8%대 초반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다.
특히 향후 주가 상승 국면에서는 장내 매수를 통한 지분 확대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를 활용한 지배력 보완도 사실상 어려워진 점 역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비이피코너스톤이 장기간 우호 세력으로 남을지 여부도 변수다.
딜사이트는 아이텍 측에 최대주주 지배력 강화 계획과 비이피코너스톤과의 동행 관계, 넥스플렉스 투자 예상 규모 등을 묻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이에 질문지를 전달하려 했지만 본사 공식 이메일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이에 아이텍 영업부서로 질문지를 전달했지만 답장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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