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토에버가 현대자동차그룹의 소프트웨어 역량 결집 일환으로 현대엠엔소프트·현대오트론과 합병해 새 출발한 지 올해로 4년차를 맞았다. 지난해에는 '연 매출 3조원'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그룹사 미래를 책임질 기대주로서 가치를 몸소 입증했다. 하지만 외형 성장과 달리 내실 성장 면에서는 현대오토에버가 풀어나가야 할 굵직한 과제들이 뒤따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때아닌 '사법리스크'가 불거져 수장이 교체되는 굴곡을 겪었던 만큼 경영 투명성 확보에 한층 고삐를 조여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오토에버 합병 출범 후 성과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현대오토에버가 '연 매출 3조원' 기업으로 거듭났지만 수익 기반이 허약하다는 맹점을 좀처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90% 이상이 현대자동차그룹으로 대표되는 특수관계자로부터 거둬들이는 수입에 쏠려 있어서다.
15일 현대오토에버에 따르면 지난해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를 통해 확보한 매출액은 2조796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현대오토에버 연간 매출(3조650억원)의 91%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특수관계자란 통상 기업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법인 또는 개인을 가리킨다. 주로 기업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회사와 관계사 및 공동 설립 회사, 주주·임원·오너 일가 등이 해당한다.
현대오토에버의 특수관계자 거래 의존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합병 출범 직전해였던 2020년의 경우 특수관계자 거래 매출 비중이 전체의 96%에 달했다. 현대오토에버는 2021년 4월 현대차그룹 정보통신(IT) 계열사였던 현대엠엔소프트과 현대오트론을 흡수합병한 바 있다.
현대오토에버 주요 매출처는 단연 현대차그룹사다. 현대오토에버는 2023년 한 해 동안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3사와의 거래로만 1조293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1년 전(1조1161억원)과 비교해 거래 규모도 16% 늘었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그룹사를 대상으로 IT 시스템 운영·유지보수 서비스와 차량용 소프트웨어(SW) 등을 공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의계약으로 현대오토에버에 일감을 몰아주는 양상이다. 올해 1분기 현대오토에버가 공개한 '대규모기업집단 현황공시 계열회사 간 주요 상품·용역거래 내역' 총 273건 가운데 수의계약 건수는 253건을 기록했다.
반면 현대오토에버가 경쟁 입찰로 수주한 계약은 단 1건에 그쳤다. 수의계약이란 경쟁계약 대신 임의로 상대를 선정해 계약을 체결하는 형태를 가리킨다.
현대오토에버 사업구조 특성상 내부거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태생적 한계도 존재한다. 대기업들이 회사 기밀 누출 등을 우려해 IT 시스템 구축·운영 업무를 정보통신기술 관련 자회사에 일임하는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다만 현대오토에버가 기업 경쟁력을 높이려면 거래선 다각화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거래가 안정적인 수입을 담보하지만 오히려 기업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데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오토에버 관계자는 "최근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의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분야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 협력 사례처럼 자동차 도메인에서 확보한 기술과 솔루션을 다른 산업 영역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식으로 수익원을 다각화하고 있다"며 "신기술 기반 상품 개발을 꾸준히 추진해 대내외 사업 경쟁력을 확보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모빌리티 기술 역량을 활용한 공공사업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도 제공했다"면서 "지난해 모잠비크 공공안전관리 정보화 시스템 구축 사업 등 여러 사업을 수주하는 등 해외 공적개발원조 사업 규모를 늘려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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