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토에버가 현대자동차그룹의 소프트웨어 역량 결집 일환으로 현대엠엔소프트·현대오트론과 합병해 새 출발한 지 올해로 4년차를 맞았다. 지난해에는 '연 매출 3조원'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그룹사 미래를 책임질 기대주로서 가치를 몸소 입증했다. 하지만 외형 성장과 달리 내실 성장 면에서는 현대오토에버가 풀어나가야 할 굵직한 과제들이 뒤따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때아닌 '사법리스크'가 불거져 수장이 교체되는 굴곡을 겪었던 만큼 경영 투명성 확보에 한층 고삐를 조여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오토에버 합병 출범 후 성과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현대오토에버가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을 80%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매년 특정 지표들을 '미준수' 상태로 남겨둬 의문을 자아낸다. 특히 경영 투명성으로 직결되는 '독립적인 내부감사 부서 설치' 항목을 수년째 이행하지 않아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현대오토에버는 지난해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로 홍역을 치렀던 만큼 경영 투명성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현대오토에버 '2023년 지배구조핵심지표 준수 현황'에 따르면 현대오토에버는 주주·이사회·감사기구 관련 총 15개 핵심지표 항목 중 3개 항목을 미준수했다. 전체 항목 가운데 12개를 준수해 전체 핵심지표 준수율은 80%를 기록했다.
현대오토에버가 미준수한 항목은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인지 여부 ▲집중투표제 채택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내부감사 업무 지원 조직)의 설치 등이다. 집중투표제란 이사 선임 시 선임하려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가리킨다.
현대오토에버의 전반적인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평균 대비 높은 편에 속한다. 한국딜로이트그룹 기업지배기구발전센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의 평균 핵심지표 준수율은 62.9%를 기록했다.
문제는 현대오토에버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공개한 이래 매년 동일한 항목들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오토에버는 2022년 5월 처음으로 2021년 한 해 동안 핵심지표 준수 현황을 담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에 나섰다.
현대오토에버가 특정 항목들을 미이행한 배경에는 현대자동차그룹 거버넌스에 보조를 맞추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도 현대오토에버와 같은 3개 항목을 미준수하고 있다. 경영권에 위협을 줄만한 요소들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그룹사 기조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현대오토에버는 최근 불거졌던 경영진 사법 리스크를 교훈 삼아 내부 감사조직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서정식 전 현대오토에버 대표이사가 협력사로부터 청탁 대가로 8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은 게 도화선이 됐다. 서 전 대표는 문제가 불거진 직후 현대오토에버 대표이사직을 사임한 바 있다. 이후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그룹 감사실장직을 역임한 현 김윤구 대표를 신임 수장으로 맞이했다.
현대오토에버 관계자는 "당사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 일환으로 다양한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며 "특히 거버넌스 분야에서는 내부거래 투명성 및 주주권익 보호,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해 이사회 산하 투명경영위원회를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밖에도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추천위원회를 설치해 독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