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정동진 기자] 미래에셋증권의 기업공개(IPO) 부문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상반기 기대를 모았던 중‧대어급 기업들의 상장이 줄줄이 무산되면서다. 이에 더해 최근 미래에셋증권의 IPO 인력이 일부 이탈하는 등 부침을 겪고 있어,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딜사이트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상반기 IPO 부문 대표주관 순위에서 6위(1536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 8651억원의 대표주관 실적으로 한국투자증권(4897억원)을 제치고 왕좌에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순위다.
대표주관 건수에서도 최근 5년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상반기 상장기업 기준 단 2건(현대힘스, 아이엠비디엑스)만을 성사시켰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2020년 상반기 3건, 2021년 상반기 11건, 2022년 상반기 5건, 2023년 상반기 6건을 대표주관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상반기 기대를 모았던 플랜텍, 단비교육 등의 중형급 IPO가 무산되며 미래에셋증권의 실적 저조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이들은 시장에서 각각 4000억원, 7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으나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의 IPO 역량 자체가 이전보다 약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IB 인력 대이동'으로 인한 인력 유출이 미래에셋증권에 집중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의 IPO 본부에서는 하우스 입지를 다져온 10년 이상 경력의 베테랑들이 회사를 떠나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IPO 3팀에서 조인직 상무와 호흡을 맞추던 이단일 부장은 지티오인베스트 부대표로, IPO 솔루션팀을 이끌던 김형석 이사는 KB인베스트먼트 디렉터로 자리를 옮겼다.
특히 김형석 이사의 경우 과거 IPO 1팀을 이끌며 SKIET, 크래프톤 등 미래에셋증권을 대표하는 일명 '시그니처 딜'을 소화한 인물이었던 만큼, 증권업계에서는 그의 공백을 메우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하우스 내에서도 김 이사에게 거는 기대가 컸던 것으로 알려져, 차후 조직 구성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우리투자증권이 출범을 앞두고 미래에셋증권의 인력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하고 있는 점도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현재까지 미래에셋증권에서 우리투자증권으로 이적한 인력들은 주로 기업금융과 DCM 부문에 치중돼 있지만, IPO 부문의 추가 인력 이탈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투자증권은 남기천 대표를 비롯해 홍순만 상무, 양완규 IB그룹장, 김진수 경영기획총괄본부장 등 미래에셋증권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 인력 확충을 진행하며 사세를 확장시키고 있다. 이들은 미래에셋증권의 전신인 대우증권 출신으로, 함께 일했던 베테랑들을 주요 영입 대상으로 삼고 있어 미래에셋증권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최근 IPO를 위해 증권사들에 제안요청서(RFP)를 배포한 기업들의 대표주관을 따낸 점은 긍정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연말 가장 뜨거운 감자로 꼽혔던 '최대어' 토스와 올해 상반기 엔비디아(NVIDIA)의 수혜주로 꼽히는 퓨리오사AI의 대표주관사로 선정됐다.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 등 유수의 증권사들과 경쟁을 통해 대표주관을 따낸 만큼, 여전한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밖에도 오는 7월 산일전기‧전진건설로봇 등 시장의 기대를 받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IPO가 연이어 예정돼 있어, 상반기 부진을 다소 씻을 수 있을 전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래에셋증권이 IB 인력 이탈로 부침을 겪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IPO 부문의 경우 성주완 본부장을 비롯해 조인직 상무 등 각 팀 부서장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어, 크게 우려할 정도의 위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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