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인공지능(AI) 없이 어떻게 정보기술(IT)을 다루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돈이요? 이제 시작인데 벌써부터…"
최근 만난 한 국내 이동통신사 관계자에게 '통신사마다 AI를 강조하는데 명확한 수익화 모델이 있느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통신이라는 기술 자체가 IT 범주에 있고, 요즘 화두가 단연코 AI인 만큼 통신사가 입을 모아 AI를 말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다만 AI로 수익을 어떻게 창출하지에 대해선 뚜렷한 답을 얻기는 어려웠다.
지금 통신 3사는 AI를 중심으로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을 잇따라 내놓으며 사업 방향을 전면 개편 중이다. SK텔레콤은 'AI로 대한민국을 새롭게 만드는 힘'을, KT는 'KT, 당신과 미래 사이에', LG유플러스는 '그로쓰 리딩 AX 컴퍼니'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통신사마다 문구는 각기 다르지만 본업인 통신업의 한계를 넘어 AI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공통된 의미를 담았다.
말 뿐에 그치는 행보가 아니다. 통신사들은 이미 자사에 AI를 체질화시키기 위한 전략을 구체화했다. SK텔레콤은 'AI 컴퍼니'로 도약하기 위해 일찌감치 'AI 피라미드 전략'을 세워 이를 실행 중이다. KT는 자체 초거대 AI '믿음'을 필두로 기업간거래(B2B)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고, LG유플러스도 통신 맞춤형 AI인 '익시젠'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통신 3사가 AI 사업자로의 전환에 나선 건 통신업에서 이익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무선 가입자 수는 포화 상태에 접어든 데다 정부의 요금 인하 압박이 지속돼 수익성을 예전 만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4조4008억원으로, 전년 4조3834억원 대비 0.4% 늘어나는 데 그쳐 이익 성장세가 둔화한 모습을 나타냈다.
이를 곱씹어보면 통신사가 AI를 바라보는 시각은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한 일종의 생존 수단에 가깝다. 통신업의 수익성 개선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통신망 고도화를 위한 설비투자 등 지출할 비용은 계속 나간다. 통신사가 AI 기업으로의 전환에 목청을 높이는 이면에는 '과거 통신업으로 냈던 수익 수준을 AI에서도 확보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셈이다.
문제는 현 상황에서 통신사의 AI 기반 수익 모델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그나마 통신 3사가 현재 AI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는 AICC(AI컨택센터)가 꼽힌다. AICC는 기존 콜센터에 음성인식과 텍스트 분석, 챗봇 등 AI 기술을 적용한 것을 말한다. 실제로 통신사들은 해당 분야에서 의미 있는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이제껏 통신업에서 벌어 들인 수익에는 턱없이 모자른 편이다.
통신사들이 사명 앞에 내건 AI가 제대로 된 이름값을 하려면 기업간거래(B2B)와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전 영역에서 확고한 AI 수익 모델부터 고민해야 한다. 인프라 구축부터 기술 개발, 인력 채용 등 AI 관련해 막대한 돈을 투입해야 한다. 이를 회수하려면 수익 모델은 필수다. 통신사에 AI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는 요소로, 수익 모델을 명확하게 만드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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