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박병률 진에어 대표이사의 어깨가 한층 무거워질 전망이다. 진에어가 2027년 통합 저비용항공사(LCC) 출범에 따라 재무 구조가 취약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인수가 불가피해져서다. 업계는 박 대표가 통합에 대비해 투자를 최소화하고 현금을 비축하는 등 보수적 경영 기조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진그룹이 최근 단행한 인사에서 박 대표를 승진시킨 배경도 이와 맞닿아있다는 게 중론이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진에어가 이달 8일부로 단행한 2026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박 대표가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박 대표는 2022년 대한항공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면서 진에어 최고경영자(CEO)로 영전했으며, 약 3년 만에 부사장을 달았다. 대한항공의 올해 인사가 소폭 기조를 보였다는 점에서 박 대표의 승진이 가지는 의미는 적지 않다. 당장 1년 뒤 국내 3개 LCC가 통합하는 만큼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박 부사장의 권한과 입지를 높여준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진에어는 최근 에어부산·에어서울과의 인수합병 후 통합(PI) 작업을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이 조직은 영업·회계·정비 등 전 사업 분야의 통합 사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따른 후속 작업인 '메가 LCC' 출범 시점은 2027년 1분기다. 통합이 완료되면 기단은 58대, 국제선 노선은 70여개로 확대된다. 현 LCC 1위와 2위 업체인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의 기단이 각각 45대, 46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순위 변동은 예고된 수순이다.
문제는 통합 과정에서 재무적 결합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재무 구조가 취약한 탓에 진에어가 이를 짊어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예컨대 에어부산의 유동비율(단기채무지급능력)은 2023년 68.8%, 2024년 69.5%로 개선되는 듯했으나 올해 3분기 54.5%로 다시 하락했다. 통상 유동비율은 100% 이상을 안정적으로 보는데 이를 밑돌고 있다. 부채비율은 2023년 627%에서 2024년 919.1%로 치솟았다가 올해 3분기 614.2%로 개선됐다. 부채 상환 부담은 여전한데 당장 동원 가능한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인 것이다.
비상장사인 에어서울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이 회사는 올해 유상증자와 감자(자본감소)를 단행하며 2019년 이후 이어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불안한 재무 구조를 가지고 있다. 22023년 12.5%였던 에어서울의 유동비율은 2024년 11.2%로 1.3%포인트(p) 하락했다. 에어부산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자본 잠식이 장기간 이어진 영향으로 부채비율은 2023년 마이너스(-) 303.6%, 2024년 -299.4%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통합 중심축이 되는 진에어가 재무 구조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거론된다. 현재 진에어는 에어부산, 에어서울보다는 건실한 재무 상태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업황 악화로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어 안심할 수는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진에어는 올해 3분기 매출 3043억원, 영업손실 22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6.5%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진에어가 선제적으로 재무 건전성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박 대표의 역할은 중요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한항공 Pricing&RM부에서 수익성과 비용 구조를 함께 관리해 온 재무 전문가로 통합까지 남은 1년 간 진에어의 재무 건전성 강화에 방점을 찍고 강력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는 중복 노선과 수익성이 낮은 노선에 대한 구조조정을 꼽을 수 있다.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은 제주·일본·동남아 노선을 중심으로 중복 운항 비중이 높다. 최근 '눕코노모(옆 좌석이 비어서 누워갈 수 있는 이코노미석)' 운항이 많아지고 있는 괌 노선 역시 세 회사가 모두 항공기를 띄우고 있다. 현재 진에어는 인천·부산발 괌 노선을 하루 3회, 에어부산은 부산~괌 2회, 에어서울은 인천~괌 2회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박 대표는 비용 절감을 위한 허리띠 졸라매기에도 속도를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진에어의 올해 3분기 누적기준 매출 원가는 9451억원으로 전년 동기(8787억원) 대비 7.5% 증가했다. 이에 매출원가율 역시 79.6%에서 91.9%로 12.3%포인트 상승했다. 금융 부담도 뼈아프다. 이자비용은 160억원에서 230억원으로 43.75% 급증했다. 직원들의 급여 등이 포함되는 판매관리비(판관비)는 896억원으로 전년 동기(847억원) 대비 5.7% 늘었다. 반면 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5711억원으로 지난해 말(5859억원) 대비 2.5% 소폭 줄었다. 곳간은 줄고 있는데 나갈 돈은 늘어가는 상황인 것이다.
진에어가 2023년부터 무차입 경영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는 점은 박 대표가 비용 절감에 적극 나설 것이란 점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진에어의 순차입금(총차입금에서 현금보유량을 뺀 수치)은 2022년 1662억원이었지만, 2023년 -851억원, 지난해 -1648억원, 올해 3분기 -1779억원을 유지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번 통합은 진에어가 중심이 되는 구조인 만큼 재무 건전성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통합 이후 더 큰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품을 수 있는 수준까지 재무 체력을 끌어올리는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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