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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과 제네시스 10년
딜사이트 이성희 산업2부장
2025.11.26 08:25:13
프리미엄 브랜드 도전 성공…한국 자동차산업 위상 강화
이 기사는 2025년 11월 25일 09시 0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성희 산업2부장] 영화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2019년 개봉한 '포드 VS 페라리'는 개인적으로 손에 꼽는 '웰메이드' 영화 중 하나다. 줄거리는 그저 그런 양산 자동차 브랜드가 돼 버린 포드가 '르망24시'라는 극한의 레이싱에서 우승을 밥 먹듯 거머쥐는 페라리를 이긴다는 내용이다.


실현 불가능할 것 같은 목표에 대한 도전과 열정, 그리고 그 끝에 결국 언더독이 탑독을 잡아내는 서사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감동의 여운을 안겨줬을 테다. 


당시 포드가 르망24시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포드 2세 회장의 일침에서 비롯된다. 미국 자동차 시장 후발주자인 제너럴모터스(쉐보레)에게 판매량을 추월당할 처지에 놓인 포드사 회장이 직원들에게 위기의식을 고취시키며 "가만히 시키는 일만 하지 말고 고민을 해보라"고 주문한다. 그리고 포드 임원 회의에서 마케팅 담당자는 '섹시하고, 강하고, 승리하는 자동차'를 만들어야 한다며 "페라리를 배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에 포드는 자금난에 빠진 페라리를 인수하려 했지만 페라리 창업자인 엔초 페라리로부터 "못 생기고 작은 차를 만드는 큰 공장에 돌아가 회장에게 전해라. 넌 헨리 포드가 아닌 '포드 2세'라고"라는 독설을 듣게 된다. 그리고 이에 격분한 포드2세가 "얼마가 들든 페라리를 박살내라"라고 지시하며 포드의 레이싱 도전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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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를 인수하지는 못했지만 페라리를 꺾기 위한 전략으로 고성능 레이스카 GT40 개발 프로젝트를 1964년 본격화 했고, 결국 1966년 페라리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전 세계 모터 스포츠 업계에 미국 자동차의 기술과 기업의 자존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도 평가한다.


최근 이 영화를 다시 한 번 보면서 '제네시스' 브랜드를 떠올리게 됐다. 마침 이번 달이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10주년이 되는 때다. 브랜드 출범은 10주년이지만 고급차 독립 브랜드를 목표로 '프로젝트 BH'가 시작된 시점(2003년)으로 계산하면 20년이 훌쩍 넘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뚝심'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 회장은 현대차가 1975년 자동차 생산 이후 40년 만에 프리미엄 브랜드를 통해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하길 바랬다. 급성장하는 고급차 시장에 대응하고 도요타의 렉서스, 혼다의 아큐라와 같이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 경쟁에 참여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명차 브랜드를 육성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가성비 좋은 대중차', '저가형 자동차'를 만드는 그저 그런 자동차 브랜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정 회장 의지와 도전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다. 내부적인 반대도 심했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결국 제네시스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서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위상을 강화하는 주축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판매량이 22만대를 넘었고, 2015년 독립 출범 후 누적 판매 130만대를 돌파했다. 북미 주요 시장에서는 닛산 인피니티를 제치고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을 확장하고 있다. 


포드는 1966년 르망24시에 우승 후 1969년까지 4년 연속 우승컵을 들어올렸다고 한다. 하지만 '페라리를 꺾는다'라는 소기의 성과와 홍보 효과를 거둔 포드는 르망레이스에서 자취를 감췄다. 도전을 마친 포드는 다시 과거의 포드로 회귀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후발주자인 제네시스는 현재 미국 시장에서 포드의 고급 브랜드인 링컨을 바투 쫓고 있다. 불과 10년만의 성과다. 일각에서는 제네시스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5년 내 링컨을 잡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자국 자동차 브랜드를 가지지 못한 국가들도 많은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분투하며 성장해 온 과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제네시스의 지난 10년은 '도전'과 '열정'의 시간이었다. 향후 10년도 끊임없는 도전으로 글로벌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 우뚝 서는 미래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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