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기존 해외 거점에 다시 힘을 싣고 있다. 아프리카·중동·일본 등 잠재력이 큰 시장을 중심으로 생산과 판매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주력 시장에서 보호무역 강화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자, 상대적으로 집중도가 낮았던 지역에 집중력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딜사이트는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거점을 짚어 조명한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재진출한 일본에서 친환경 차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현대차는 전기·수소차로, 기아는 전기 기반 목적 기반 차량(PBV)을 무기로 내세웠다. 2030년 전체 자동차 판매의 약 3분의 1을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일본 정부의 목표를 겨냥한 맞춤형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일본이 자국 브랜드 중심의 보수적인 소비문화를 가지고 있고 여기에 중국 업체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시장 공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일본 시장에 다시 진출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 인스터(캐스퍼 일렉트릭), 코나, 수소차 넥쏘를 판매하고 있다. 기아는 지난해 9월 현지 종합 상사인 소지츠와 계약을 맺고 2026년부터 PV5 판매를 시작한다. 대형 전기밴인 PV7도 내놓을 계획이다. 현대차는 전기 승용차, 기아는 전기 상용차로 각기 다른 전략을 내세운 것이다.
양사는 모두 과거 일본에 진출했었지만 쓴맛을 봤다. 2021년 첫 진출한 현대차는 낮은 브랜드 인지도로 8년 만인 2009년 시장에서 철수했다. 기아는 1992년 일본에 연구소를 세우며 첫발을 뗐지만, 2013년 청산했다. 이후 현대차는 2022년 5월, 기아는 2024년 9월 일본에 재진출했다.
일본 전기차 시장은 글로벌 주요 시장과 비교해 규모가 작다. 외신 등을 종합하면 지난해 기준 일본 전체 완성차 판매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2%가 채 되지 않는다. 전기차 비중이 10%를 웃도는 미국, 유럽, 한국 등과 비교하면 크게 뒤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30%로 늘린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기준 신차 판매가 약 442만대인 것을 감안하면 130만대 정도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야심찬 목표다. 이는 같은 해 전기차 14만여대가 팔린 한국과 비교하면 약 10배 많고, 미국(약 150만대)에는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대차·기아가 일본에서 친환경 차를 내세운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출발은 순조롭다. 현대차의 경우 2022년 판매를 다시 시작한 이후 성과를 내고 있다. 일본자동차수입협회(JAIA)에 따르면 올해 1~10월 현대차 누적 판매량은 886대로 전년 동기(526대) 대비 68.4%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판매량(618대)을 넘어선 수치다. 판매를 견인하고 있는 것은 올해 4월 출시한 소형 전기차 인스터로 1~10월 누적 기준 550여대가 팔렸다.
현대차·기아는 일본 시장에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지난달 열린 재팬모빌리티쇼에도 동반 참가했다. 이들이 일본 모터쇼에 함께 나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우선 일본의 자국 브랜드 위주 소비 성향을 극복해야 한다. 일본은 잘라파고스(Jalapagos)라 불릴 만큼 자국 브랜드 제품을 고집하는 소비 성향이 강하다. 일본자동차딜러협회(JADA)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 자국 브랜드 점유율은 95%에 육박한다.
여기에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진출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2023년 1월 일본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 중국 BYD는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BYD는 2024년 2015대, 올해 1~10월 누적 기준 3298대를 판매하며 현대차를 이미 앞질렀다. 이호 한국자동차연구원 산업조사실 책임연구원은 "BYD는 특유의 전방위적 확장 전략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높은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판매 모델을 다양화하고 사후관리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동시에 특화 모델 개발·출시 계획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소비자들의 눈이 높아서 일정 수준 이상의 제품성을 갖추지 않는다면 지갑을 열지 않는다"며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마케팅, 모터쇼 참여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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