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기존 해외 거점에 다시 힘을 싣고 있다. 아프리카·중동·일본 등 잠재력이 큰 시장을 중심으로 생산과 판매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주력 시장에서 보호무역 강화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자, 상대적으로 집중도가 낮았던 지역에 집중력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딜사이트는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거점을 짚어 조명한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현대자동차·기아가 2년 전 짐을 싼 러시아 시장에 다시 진출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두 회사가 러시아에서 로고·상표권을 재등록한 데다, 공장 매각 당시 설정했던 재매입(바이백) 옵션 행사 기한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업계는 재진출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중국 업체의 진출과 성장으로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러시아연방지식재산서비스(로스파텐트) 데이터베이스에 자사 로고 등 상표권을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 기한은 2034년까지다. 앞서 현대차는 올해 5월에도 ix10·ix40·ix50 등을 자동차·액세서리 부문 상표로 했다. 기아 역시 같은 달 기아 마이 모빌리티, 그린 라이트로 가는 더 나은 방법 등의 상표를 취득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현대차·기아가 철수했던 러시아 시장에 다시 발을 들이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해석된다. 특히 매각 당시 계약에 포함된 바이백 옵션 행사 기한이 다음 달로 임박해 재진출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현대차는 2023년 12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과 지분을 현지 기업인 아트파이낸스에 단돈 1만루블(약 14만원)에 넘겼다.
또 기아가 올해 4월 열린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0년 판매 목표량(419만대)에 러시아(5만대)를 포함시킨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현대차는 이에 대해 "상표권 등록은 갱신 차원"이라며 "(러시아 재진출 관련)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업계는 양사가 러시아 시장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철수 전 러시아가 현대차·기아에 중요한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기 전인 2021년 러시아 자동차 판매 순위에서 기아는 20만5801대, 현대차는 17만1811대를 판매해 현지 브랜드 라다에 이어 각각 2·3위에 이름을 올렸다.
러시아 공장이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적 생산 거점이었다는 점도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러시아 공장은 현대차 체코 공장 등 유럽 생산 거점과 함께 동유럽을 포함한 유럽 시장 전반을 공략하기 위한 핵심 생산 기반 중 하나였다. 이에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늘어날 유럽 자동차 수요를 일부 감당하기 위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2030년 유럽 판매 목표를 160만6500대로 제시하며 올해 목표보다 40% 이상 높여 잡았다. 판매 확대를 위해선 공급 여력을 키울 필요성이 있는데, 러시아 공장이 이를 감당할 전략적 생산기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무역 갈등으로 인한 관세 부과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져 시장 다변화가 중요해졌다는 점도 러시아 공장의 필요성을 키우고 요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을 보면 현대차가 러시아 공장을 다시 인수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며 "하지만 시장 상황이 많이 바뀐 만큼 단순 러시아만을 위한 생산 거점이기보다는 유럽 시장 등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뀐 러시아 자동차 시장 환경이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2년 전 현대차·기아가 시장에서 철수한 뒤 중국 업체들이 그 빈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재진출을 하더라도 이전의 판매 실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브랜드별 러시아 신차 판매 점유율 순위에서 현지 업체인 라다를 제외한 2~5위는 모두 중국 자동차 업체였다. 체리차(20.4%), GWM(14.2%), 지리(12.3%), 창안차(7%) 등이 전체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10%가 채 되지 않았던 2021년과 비교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서현 한국자동차연구원 산업분석실 선임연구원은 "전쟁 발생 후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현지 생산에서 수입 중심으로 바뀌었고, 특히 중국 브랜드 중심으로 변화했다"며 "러시아 시장은 다양한 차원에서 높은 불확실성을 내재하고 있어,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는 재진출 의사결정에 앞서 다양한 시나리오와 대응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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