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기존 해외 거점에 다시 힘을 싣고 있다. 아프리카·중동·일본 등 잠재력이 큰 시장을 중심으로 생산과 판매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주력 시장에서 보호무역 강화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자, 상대적으로 집중도가 낮았던 지역에 집중력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딜사이트는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거점을 짚어 조명한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아프리카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집중하고 있는 시장 중 하나다. 주요 시장인 미국·유럽과 비교해 판매는 10분의 1 수준이지만, 성장 잠재력이 큰 곳이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차가 중단됐던 알제리 조립공장 건설을 5년 만에 다시 추진하기로 한 것도 이런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관세 부담 등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안정적인 판매망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아프리카에 총 12곳의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먼저 현대차는 남아프리카공화국(남쪽), 에티오피아(동쪽), 가나(서쪽)에 반조립제품(CKD) 공장 3곳을 운영하고 있다. 기아는 케냐(동쪽), 우간다(동쪽), 모로코(북쪽) 등 9곳에 생산 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 대륙 다음으로 큰 3037만제곱킬로미터(㎢) 규모 아프리카에 현대차·기아의 생산 네트워크가 촘촘히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CKD 방식은 현지 협력 업체가 생산공장을 짓고, 완성차 업체가 차량을 반조립 부품 형태로 수출한 뒤 현지에서 조립해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양사가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있는 아프리카는 다른 시장과 비교해 아직 크지 않다. 세계자동차연합회(OICA)에 따르면 지난해 아프리카에서 팔린 신차 대수는 105만대정도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약 1600만대), 유럽(약 1100만대), 한국(약 163만대)과 비교하면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하지만 성장 잠재력만큼은 높다. 현재 15억명 수준은 아프리카 인구가 2030년 17억명, 2050년 25억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인구의 60%가 25세 이하인 만큼 차량 수요가 본격화할 경우 안정적인 시장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대차의 알제리 공장 재추진도 이런 배경과 맞물린다. 현대차는 얼마 전 약 4억달러(약 5892억원)를 들여 알제리에 CKD 공장을 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는 이곳에서 그랜드 i10과 신형 엑센트 등 총 5개의 차종을 순차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원래 알제리 공장 건설은 2018년 현지 업체 글로벌그룹과 추진됐었다. 하지만 알제리 정치 상황 불안으로 2020년 중단됐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정치적인 상황이 복잡 미묘하게 돌아갔다"며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알제리는 북아프리카 국가 중 시장 규모가 가장 큰 곳으로 꼽힌다. 알제리 인구는 2024년 기준 약 4700만명이다. 이 가운데 약 65%가 30세 미만 젊은 층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2023년 완성차 수입 규제를 완화하면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프리카가 현대차·기아의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커질 전망이다. 보호무역주의 확대로 미국과 유럽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안정적인 판매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시장 다변화가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아프리카 시장은 아직 크지 않지만, 향후 자동차 문화가 빠르게 형성될 지역이어서 선도적으로 진출해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두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장 큰 이익은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차가 배터리 내재화에도 관심이 있는 만큼 자원 확보 관점에서도 아프리카는 전략적 가치가 높은 지역"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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