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에이치앤이루자의 매각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매물로 나왔지만 1500억원대에 달하는 몸값이 시장 기대치를 웃돌면서 거래가 지연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채권단으로 경영권이 넘어갔다는 전언도 제기되며 향후 경영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 따르면 에이치앤이루자가 회사 매각에 나섰지만 난항을 겪으며 에이치앤이루자의 '몸값'이 시장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이치앤이루자가 제시한 매각 금액은 1500억~1600억원으로, 처음 매물로 나왔을 당시보다 규모가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치앤이루자는 삼성디스플레이 주요 협력사 중 하나로, 주로 스퍼터 장비를 공급해 왔다. 스퍼터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에 금속 물질이나 박막층(TFT)을 형성하는 장비다. 에이치앤이루자는 OLED에 특화된 스퍼터 장비를 개발해 외산 장비가 주를 이루던 시장에 진입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2024년부터 8.6세대 OLED 라인 투자에 나서면서 제품 라인업을 스퍼터에서 플라즈마 화학기상증착장비(PECVD)로 확대하고, PECVD 국산화에도 나섰다. PECVD는 플라즈마를 이용해 기판 위에 TFT를 형성하는 장비다. 당시 에이치앤이루자는 삼성디스플레이 8.6세대 OLED 라인에 PECVD를 납품하며 핵심 협력사로 발돋움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핵심 협력사가 매물로 오른 이유는 모회사인 에이치앤홀딩스의 열악한 재무 상황으로 분석된다. 에이치앤홀딩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에이치앤홀딩스의 손익계산서상 이자비용은 316억2294만원에 달한다. 반면 매출과 지분법이익에 따른 영업 수익은 37억3820만원에 불과해 이자비용이 영업 수익의 약 8.5배에 달하는 구조다.
이는 에이치앤홀딩스가 지난 2021년 발행한 교환사채와 관련된 부채의 영향이다. 에이치앤홀딩스는 당시 인디펜던스홀딩스를 대상으로 2회에 걸쳐 교환사채를 발행해 1029억2281만원을 빌렸다. 교환 대상은 에이치앤홀딩스의 자회사인 에이치앤이루자의 보통주식으로, 자회사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한 구조다.
이와 관련해 현재 에이치앤이루자 주식 중 443만9314주가 한국예탁결제원이 신탁돼 있다. 그 외 에이치앤홀딩스, 김병호 에이치앤홀딩스 등이 보유한 자사주의 일부가 인디펜던스홀딩스에 근질권이 설정돼 있는 상황이다.
에이치앤홀딩스는 교환사채를 열악한 재무 상황을 수습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에이치앤홀딩스는 그해 단기차입금 512억4266만원, 유동성장기차입금 103억9777만원, 장기차입금 198억548만원을 갚았다.
그러나 문제는 교환사채로 빌린 1000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이와 관련된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점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에이치앤홀딩스가 교환사채와 관련해 갚아야 할 부채는 원금, 할증금, 지연손해금을 포함해 약 1763억원으로 나타났다. 채권자인 인디펜던스홀딩스가 지난 2024년 4월 2일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했지만 에이치앤홀딩스가 이를 갚지 못하면서 지난해 연말까지 교환사채가 상환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에이치앤홀딩스의 자본 잠식이 심화되고 있다. 당기순손실 290억7600만원이 누적되면서 지난해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 785억8692만원으로, 전년(509억5509만원)보다 잠식 폭이 커졌다. 사실상 독자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핵심 자회사인 에이치앤이루자 실적이 기울고 있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에이치앤이루자는 지난 2024년 삼성디스플레이 8.6세대 OLED 라인에 PECVD를 납품하면서 당시 매출 3130억3117만원을 벌며 전년(1147억138만원)보다 173% 늘었다. 그러나 8.6세대 OLED 라인 투자가 마무리되면서 지난해 매출은 2061억8267만원으로 감소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111억8928만원에서 28억1710만원으로 75% 급감했다.
BOE, 티엔마 등 중국 업체의 6세대 OLED 라인에 스퍼터 장비를 납품하고 있지만 대규모 투자가 종료되면서 실적도 함께 둔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한 장비 업계 관계자는 "6세대 라인에 들어가는 스퍼터 장비의 경우 트랜스퍼모듈(TM)에 챔버 4개를 붙여도 장비당 가격이 3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증착기와 비교했을 때 스퍼터 하나로 처리할 수 있는 물량이 상대적으로 많다 보니 납품할 수 있는 물량도 크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 업체 중에서 에이치앤이루자 규모의 기업을 살 만한 곳이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최근까지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투자가 저조했던 만큼 1500억원을 들여 스퍼터 장비를 살 유인도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장비 업계 관계자는 "현재 디스플레이 업황이 좋지 않다"면서도 "삼성디스플레이의 핵심 협력사라는 실적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매각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인디펜던스홀딩스에 에이치앤이루자의 경영권이 넘어갔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인디펜던스홀딩스 관계자가 지난해 2월 7일부터 에이치앤이루자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올해 1월 2일 대표이사가 기존 우환규·심재일 공동대표이사에서 배광욱 대표로 바뀌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표이사가 변경된 것으로 안다"며 "채권자들에게 에이치앤이루자의 경영권이 넘어갔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한편 이같은 내용에 대해 에이치앤이루자에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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