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대한조선이 수에즈막스급 원유운반선(SCC) 시장에서 경쟁사들을 제치고 사실상 독주하고 있다. 2018년 SCC로 선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이후 선박 표준화에 집중한 것에 대한 결실을 맺은 모습이다. 노후화 선대의 교체 수요, 그림자 선단 제재는 물론 최근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유조선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등 우호적인 사업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조선은 지난 16일 아프리카 지역 선주로부터 15만7000DWT급 원유운반선 1척을 수주했다. 해당 원유운반선의 계약 금액은 1329억원으로 2029년 7월31일 선주사에 인도될 예정이다. 이번 계약으로 대한조선이 올해 수주한 SCC는 총 13척으로 늘었다. 해당 선박들의 총 계약금액만해도 1조6952억원에 달한다.
대한조선은 국내 SCC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실제 1분기 만에 연간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연간 생산능력(CAPA)가 12척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2029년 말 물량까지 확보한 셈이다. 대한조선은 올해 최대 수주량을 15척선에서 끊으며 수주 잔고를 유지할 계획이다. SCC의 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상황에서 4년치 이상의 일감을 가져가는 것이 불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대한조선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이유는 '선박 표준화' 노력 때문이다. 당초 이 회사는 수에즈막스급(13~16만DWT) 보다 한 단계 작은 아프라막스(Aframax)급 선박을 전문으로 건조해왔다. SCC 시장에 진출한 것은 지난 2018년으로 비교적 늦은 시점이다. 대신 대한조선은 표준 선형을 반복 건조하는 '시리즈 건조' 방식으로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지금까지 수주한 SCC는 2세대 모델로 회사는 현재 3세대 모델을 개발해 영업전에 나서고 있다.
대한조선이 건조하는 SCC의 경우 연비 효율성에서도 강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글로벌 SCC 시장은 중국조선사들이 70~80%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과점하고 있는데 유럽선사를 중심으로 선가가 10%나 높은 대한조선과 수주 계약을 맺는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대한조선이 SCC를 가볍지만 튼튼하게 만들 수 있는 구조설계 기술력을 갖춰서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대한조선 건조 탱커선의 일일 벙커C유 연료 소모량은 37톤(t)으로 중국(41~43t)을 하회한다.
앞으로도 SCC 수주 훈풍은 지속될 가능성도 높다. 글로벌 해운사들의 탱커선대 노후화로 인한 교체 수요에 더해 러시아, 베네수엘라, 이란의 그림자 선대에 대한 제재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회사는 미국이 베네수엘라 원유에 대한 수출통제권을 가지고 수출을 재개한다면 VLCC보다 SCC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SCC의 신조선가도 연내 1척당 9000만달러(한화 약 1326억원)선을 초과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되며 유조선 운임이 우상향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글로벌 해운사들이 선복량 확대 전략을 가져가면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대체재로 SCC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대한조선의 실적도 크게 상향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의 올해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1조3032억원, 영업이익 3518억원으로 전망된다. 해당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6.1%, 19.6% 증가한 수치다.
김용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유조선 고운임 트렌드는 연중 지속되며 대한조선의 2029~20230년 납기 슬롯의 SCC 신조선가 역시 지속 상승할 것"이라며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 완화 등 리스크가 잔존해 있지만 사업의 구조적 변화에 주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백주호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대한조선은 블록생산 내재화와 반복건조 효과로 인해 지난해 4분기 기준 영업이익률이 27%에 달하는 등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며 "일일 연료 소비량에서도 중국 대비 경쟁력이 있으며 선주는 10%의 선가 차이를 7년 안에 회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