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원전·방산 전문기업 '우리기술'이 채무상환을 위해 전환사채(CB)를 신규 발행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표면적으로는 '빚으로 빚을 갚는' 구조지만, 우리기술은 과거 발행한 CB의 대규모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한 방어 조치라고 설명한다. 지분 희석을 막고 주주가치를 지키기 위해 보유 중인 콜옵션(매도청구권)을 전량 행사하겠다는 계획이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우리기술은 최근 220억원 규모의 제19회차 CB를 발행키로 결정했다. 조달 자금은 운영자금(60억원)과 채무상환 자금(160억원)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표면이자율은 0%, 만기이자율은 2%이며 만기일은 2030년 11월28일이다. 전환가액은 3620원으로, 전환 가능 물량은 전체 주식수의 약 3.5%다.
이번 발행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160억원 규모의 채무상환 자금이다. 안정적인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표면적으로는 빚으로 빚을 갚은 방식이기 때문이다. 우리기술은 지난해 8월과 10월 각각 100억원, 70억원 규모의 15·16회차 CB를 발행했는데, 이들 CB를 조기 상환하기 위한 재원 마련이라는 것이다. 두 CB의 잔여 미상환액은 총 156억원이다.
15·16회차 CB는 모두 주가 대비 낮은 전환가액이 책정돼 있다. 24일 종가(3620원)를 기준으로 하면 전환가액이 2252원, 2394원으로 약 60% 낮다. 전환 시 발생 가능한 주식수는 총 676만2973주로 대규모 오버행 우려가 컸다. 15회차는 내년 2월부터 전환청구권 행사 가능하며, 16회차는 지난 10월부터 전환청구권 행사가 일부 진행되고 있다.
우리기술은 콜옵션을 활용해 CB 조기 상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15회차 CB는 100%, 16회차 CB는 80% 규모의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기술은 이를 모두 행사해 시장에 신주가 출회되기 전에 전액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주가가 상승한 상황에서 전환 물량이 대거 풀리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우리기술 관계자는 "현재 주가가 높아 대규모 신주가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방어하기 위해 CB 자금을 조달하게 됐다"며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사업 성장세는 지속되고 있다. 우리기술의 3분기 누적 연결 매출은 62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7.3% 늘었다. 2022년 495억원, 2023년 632억원, 지난해 713억원에 이어 꾸준히 외형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특히 방산 사업은 3분기 기준 매출 비중이 49.3%로 단일 부문 중 가장 높은 기여도를 보였다.
다만 신사업 추진 영향으로 수익성은 다소 약화됐다.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43억원으로 적자 폭이 소폭 확대됐다. 우리기술은 해상풍력, 폐플라스틱 재생유(도시유전), 자원순환 등 환경사업을 신성장축으로 육성 중이며, 지난 18일 도시유전 공장을 준공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매출 반영이 기대된다.
반면 3분기 순이익은 114억원으로 큰 폭의 흑자전환을 이뤘다. 이는 CB 콜옵션 관련 파생상품평가이익이 반영된 데 따른 회계상 이익으로 분석된다.
우리기술은 내년부터 본업과 방산 모두에서 실적 모멘텀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기술 관계자는 "신한울 3·4호기 관련 과거 대규모 수주가 내년부터 매출로 본격 반영될 예정"이라며 "방산 부문이 견조한 가운데 원전 사업에서도 내후년까지 매년 200억~300억원 수준의 매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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