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기령 기자] 국내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코퍼레이션(에이블리)이 최대 20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 라운드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중국 알리바바그룹으로부터 1000억원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3조원의 '유니콘' 반열에 올랐으나 악화된 재무구조와 플랫폼 시장 침체로 인해 기존 기업가치보다 낮게 투자를 받는 '다운라운드'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에이블리는 현재 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에이블리가 1년여 만에 다시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은 악화된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에이블리는 2023년을 제외하고 2020년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했으며 누적된 손실로 결손금이 불어나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알리바바그룹으로부터 1000억원 투자 유치를 받으며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전체 1000억원 중 800억원은 기존 주주 지분을 사들이는 구주 매입이었고 신주 발행 규모는 200억원 수준이었다. 실제 회사로 유입된 신규 자금은 200억원에 불과해 재무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에이블리는 최근 2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다. 이는 에이블리가 유치한 투자 중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에이블리가 지분 100% 기준 기업가치를 7000억원에서 8000억원 수준으로 두고 잠재적 투자자들과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알리바바 투자 시 인정받았던 신주 기준 기업가치 약 3조원 보다 크게 낮아진 수치다. 이에 VC 업계에서는 에이블리의 신규 투자가 1조원 수준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액은 2730억원에 달한다. 주요 재무적투자자(FI)로는 LB인베스트먼트, SV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 인터베스트 등이 있다.
시장에선 재무 취약성과 시장 침체를 감안해 메자닌 방식(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이 실탄 확보 수단으로 거론된다. 자본잠식 상태에서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신규 투자를 받을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메자닌 방식은 지분 희석을 최소화하면서도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다. VC 한 관계자는 "회사의 누적 손실이 많은 상황에서 우선주는 사실상 의미가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일단 CB나 BW 형태로 투자해놓는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에이블리 측은 "메자닌 방식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상환우선전환주(RCPS) 등 신주 발행 방식으로 논의 중"이라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회사가 밸류를 무리하게 높이려는 과정에서 투자 조건을 조율하기 위해 메자닌 방식이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회사 측이 요구하는 밸류와 시장이 인정하는 가치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메자닌 방식이 고려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에이블리가 5조원 밸류로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러한 밸류에이션 논란 외에도 에이블리의 신규 투자 유치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 전반의 침체라는 악재를 만났다. 명품 플랫폼 발란과 축산 플랫폼 정육각 등이 잇달아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면서 투자 회수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VC 업계는 플랫폼 기업들의 기업가치 하락으로 인해 펀드를 손실 처리하거나 관리보수를 삭감하는 등 실적에 영향을 받고 있다. 한 VC 심사역은 "플랫폼 투자는 변동성이 큰 섹터"라며 "회수 리스크가 높아져 투자 기조 자체가 보수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브랜드 경쟁력 약화도 발목을 잡았다. 무신사 기업공개(IPO) 추진 이후 후속 '대어'로 기대를 모았지만 에이블리가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회의론이 부상했다.
그럼에도 에이블리 측은 수익성 개선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지난해 알리바바그룹의 투자 유치 이후 매출과 수익성이 모두 개선됐다"며 "현재 자본잉여금은 약 1500억원 규모로 향후 1~2년 내 매출 5000억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에이블리의 외형 성장은 지속되고 있지만 누적된 재무적 부담과 경직된 투자 환경은 부담 요인"이라며 "신규 투자 유치 과정에서 에이블리가 제시하는 기업가치와 투자자들이 인정하는 가치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지가 이번 투자 성사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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