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KCC글라스가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를 상환하기 위한 용도로 공모채 발행에 나선다. 만기까지 8개월 이상 남은 시점이라 이례적이지만 금리인하 기대감이 떨어지자 내년에는 조달 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고 판단해 선제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CC글라스는 오는 20일 1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만기는 3년 단일물로 구성됐으며 희망금리밴드는 개별민평금리 대비 ±30bp(1bp=0.01%포인트)다. 발행일은 27일이며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주관 업무를 맡았다. 회사 측은 "이번 공모채 발행을 통한 조달 행보는 내년 만기 도래 채무 상환을 위한 선제적 자금 마련 차원"이라며 "상환 후 잔여 자금은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장 빠른 만기 도래 일정이 내년 6월 26일임을 감안하면 이번 발행은 8개월 이상 앞당긴 선제 조달이다. IB업계 안팎에서는 "선제적이라고 해도 너무 이르다"는 평가와 함께 "향후 금리 부담 심화에 대한 경계심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4분기는 전통적으로 회사채 시장이 한산한 시기로 자금 조달에 우호적인 시점이 아니다. 기관 자금이 대부분 연초에 소진된 데다 연말에는 기관들이 국고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그럼에도 KCC글라스가 이 시점에 발행을 결정한 건 내년 조달 환경이 더 열악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읽힌다. 내년에도 금리 인하 지연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부동산 가격이 좀처럼 꺾이지 않고 내년 반도체 중심의 수출 회복세가 기대되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완화되는 점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시장 금리는 장단기 구분 없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도 연 2.716%로, 지난달 대비 13.4bp 올랐다.
한 채권운용역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사실상 소멸되는 국면에 진입하면서 국고채 금리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차환 시점에 금리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조달에 나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차환 시점 직전까지 개별민평금리 이상의 이윤을 남길 수 있는 단기 투자처를 마련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행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변화는 트랜치(tranche) 구성이다. KCC글라스는 올해 1월까지만 해도 트랜치를 3년물과 5년물로 구성했지만 이번에는 3년물 단일물로만 꾸렸다. 이 역시 금리 상승기에 5년물 등 중기물 조달 부담이 커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IB업계 관계자는 "KCC글라스는 AA- 등급의 우량 발행사라 투자 수요는 충분할 것"이라며 "발행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투자자 선호도가 높은 3년물로만 구성해도 안정적인 모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3분기 영업이익 및 순이익 모두 적자전환한 점이 펀더멘털 리스크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투자자들의 심리적 프리미엄 요구는 자극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KCC글라스는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이 142억원, 순손실도 156억원을 기록해 전년에 비해 적자전환했다. 회사 측은 건축용 유리 가격 하락으로 생산된 재고에 대한 평가손실 충당금 증가가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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