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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에도 보이콧 필요하다
이소영 기자
2025.12.02 08:25:13
고금리 유혹에 묻힌 통신사 해킹 리스크…기관투자가 경각심 필요
이 기사는 2025년 12월 01일 07시 5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우리나라 국민은 종종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인다. 1찍이니 2찍이니 하면서 정치적 편 가르기에 열을 올리다가도, 공동의 불의 앞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손을 맞잡고 단결한다.


불의에 맞서 단결하는 대표적 방식이 바로 보이콧(거부운동)이다. 예컨대 남양유업이 2013년 대리점 상품 밀어내기 등 불법행위한 문제가 드러나자 국민들은 즉각 불매로 맞섰고 그 움직임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SPC 역시 2022년 제빵공장 사망사고 이후 그룹 전체를 향한 국민들의 비판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면모가 두드러지지 않는 곳이 있다. 다름 아닌 바로 채권시장이다. 중대한 사고가 발생한 기업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기관들의 대규모 자금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이달 채권 발행을 마친 KT 사례가 그렇다.

KT는 지난 9월 초소형 기지국(펨토셀) 해킹으로 일부 고객의 소액 결제가 무단으로 이뤄지는 사고를 냈다. 그런데 사고 발생 두 달 만에 진행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10배가 넘는 1조원 규모의 주문이 들어왔다. 이 같은 높은 수요에 최초 모집액 1200억원에서 800억원을 증액해 최종 2000억원을 조달했다. 기관들은 KT의 해킹사태와 관계없이 해당 회사채에 높은 관심을 보인 것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를 고금리 장기물 수요와 연결 지어 분석했다. 최근 회사채 시장은 금리인하 기대가 사라지면서 국고채 금리가 급등해 기업들의 발행도 주춤한 상태였다. 이러한 가운데 KT가 국고채보다 70bp(1bp=0.01% 포인트) 가량 높은 금리의 20년물을 발행한다고 하니 기관들이 앞다퉈 자금을 투입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20년물 300억원 모집에 2500억원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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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점이 영향을 줬다는 해석도 있다. 채권시장에 정통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채권에 적극 투자했던 기관들이 최근 국고채 급등으로 손실을 봤다"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안전하고 금리가 높은 채권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히 시점 탓으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SK텔레콤 역시 올해 4월 해킹 사태 이후 5개월 만에 채권 시장에 나왔는데, 당시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시점이 아니었음에도 모집액의 3배를 웃도는 주문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결국 금리와 무관하게 신용도가 높은 기업은 사고에도 아랑곳없이 필요한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유통시장에서 국민들이 그랬듯 채권시장에서도 기관들이 문제 기업의 채권에 보이콧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회사채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책임 경영 없이는 자금 조달이 막히고 비용이 치솟는 현실을 뼈저리게 체감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채권시장에서 기관들이 보여야 할 단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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