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가 기관·법인 시장 공략을 위해 커스터디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거래소 인프라와 정산 기능을 그대로 살린 수탁 모델로 초기 시장 선점에 나선 셈이다. 단순한 자산 보관을 넘어 '기관 자금의 관문'으로 기능하는 수탁 시장이 커지면서 거래소가 어떤 형태로 제도화 흐름에 대응할지가 업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지난 8월 법인·기관 전용 커스터디 서비스 '업비트 커스터디'를 출범했다. 핵심은 고객 자산의 100% 콜드월렛 보관이다. MPC(다자간 키 관리)와 DKG(분산키생성) 기술을 적용해 프라이빗 키 노출 위험을 줄였으며 출고 시에는 다중 승인 및 권한 분리 절차를 적용해 보안성을 강화했다.
가상자산 커스터디는 기관이 온체인 자산에 진입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으로 불린다. 규제 명확화와 신뢰 확보 여부에 따라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업비트의 커스터디 전략은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국내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구조 변화와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내 수탁 시장은 현재 ▲KODA ▲비댁스(BDACS) ▲업비트 ▲KDAC ▲인피닛블록 ▲비트고 등 다양한 커스터디 기업들이 경쟁 중이다. 이 중 업비트는 거래소 기반이라는 독보적 위치를 활용해 시장 속도전을 노리고 있다. 거래소 인프라와의 연동성을 기반으로 수탁 자산을 별도 외부로 이동하지 않고도 거래–정산–보관이 같은 체계 안에서 이뤄지는 통합형 구조를 앞세우고 있다. 리밸런싱이나 스테이블코인 운용이 잦은 기관에게는 자산 이동 없이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 같은 '통합형 모델'이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코빗 리서치에 따르면 가상자산 커스터디 서비스는 단순 금고(Vault)를 넘어 트레이딩·스테이킹·정산이 결합된 '프라임 브로커리지형'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기관 및 고액 투자자를 위한 암호화폐 전문 거래·보관 플랫폼인 'Coinbase Prime'과 미국 연방 공인 암호화폐 은행인 'Anchorage Digital' 등 주요 글로벌 사업자들은 이미 수탁 서비스와 거래, 온체인 접근 기능을 통합하며 기관 자금 유입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업비트의 경우 거래소와 커스터디 사업이 같은 그룹 안에 있다는 점이 잠재적 논란이 될 수 있다. 고객 자산을 보관하고 거래까지 지원하는 구조는 편리하지만 자산의 이동이나 운영 과정에서 이해 상충이 발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업비트는 조직과 권한을 분리하고 별도 감사체계를 운영한다고 설명하지만 기관 고객 입장에서는 이를 제도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주요 사업자들이 커스터디 부문을 별도 자회사로 분리하거나 신탁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규제 환경 역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현재 국내에는 커스터디 사업자에 대한 별도 인가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다. 업비트는 거래소와 동일한 ISMS 인증, FIU 신고 체계를 적용하고 있지만, 기관 고객 입장에서 명확한 규제 틀이 없는 점은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향후 제도화 과정에서 금융기관 수준의 신뢰성과 보고 체계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커스터디가 단순 보관을 넘어 트레이딩·스테이킹·정산이 결합된 '프라임형 모델'로 진화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거래소가 보유한 인프라는 기관 자산을 끌어들이는 핵심 통로가 되고 있다"며 "커스터디는 기관 자산의 온체인 진입로인 만큼 누가 먼저 제도 기준에 맞춰 신뢰를 확보하느냐가 시장 점유율을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업비트 관계자는 "가상자산 수탁은 책임성과 기술적 안정성, 절차의 투명성 확보가 핵심"이라며 "업비트 커스터디는 내부 사고 및 외부 위협을 철저히 방지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강력한 보안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법적 기준을 충족하고 내부 통제와 감사 대응 체계까지 갖춘 업비트 커스터디를 통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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